중국의 수출증가율이 급속히 둔화되는 반면 물가는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수출 감소에 대응한 내수진작과 인플레 억제라는 상충되는 정책문제로 이른바 '차이나 딜레마'에 빠진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11일 중국경제일보는 상무부 통계를 인용,지난 4월 수출증가율이 전달보다 8.8%포인트 떨어진 21.8%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무역흑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억달러 늘어난 168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작년 10월(270억달러)에 비해 100억달러 이상 감소한 규모다.

이에 비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8.1%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올라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창청증권 리마오위 경제분석가는 "생산자물가의 상승세는 산업활동의 위축을 가져올 뿐 아니라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밖에 없어 보다 강력한 인플레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2일 발표 예정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정부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8%를 웃돌아 전달(8.3%)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2월 8.7%에 비해 낮지만 정부 억제목표선인 4.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물가억제를 위해 위안화가치의 빠른 상승을 용인해 왔지만 최근 경착륙에 대한 우려로 상승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위안화가치 상승은 수입물가의 하락을 유도,인플레를 잡는 수단으로 유용했으나 '수출증가율 감소'라는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도 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목표로 내세우고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지속발전이 가능한 경제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내수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자칫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는 게 고민이다.

중국 중앙은행도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상하이에서 폐막된 금융포럼에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중앙은행)총재는 "수출은 당분간 줄어들 수밖에 없고 따라서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저축률 하락을 유도하겠지만 동시에 통화팽창을 막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모순된 발언을 했다.

저우 총재는 "물가 억제와 성장에너지 확보라는 두가지 상충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밸런스가 중요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며 정책적 대응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홍콩 리먼브러더스 차오 황 분석가는 "과열경기와 뛰는 물가를 잡아야 하지만 수출증가율이 급속히 둔화돼 차이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며 "정부 측은 긴축 일변도에서 탈피하고 위안화 절상속도도 늦춰 경착륙을 막으려 하고 있으나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가 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