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간 108일 만의 회동에서 시작은 부드러웠다.

이 대통령은 상견례에서 "해외에 가신다면서요.

감기 조심하셔야죠"라며 박 전 대표의 호주.뉴질랜드 방문에 관심을 표명했고 박 전 대표는 "예,초겨울이에요"라고 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상견례를 마치고 시작된 약 1시간50분간의 비공개 회동에선 적잖은 신경전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오찬 식탁엔 한식에 일식이 곁들여진 퓨전 음식과 과일, 제주산 녹차 등이 올라갔다.

박 전 대표는 친박 인사 복당,쇠고기 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할 말을 다 했다"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가 회동 후 가진 기자회견을 바탕으로 만든 대화록이다.

△박 전 대표=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일을 밀고 나가기보다는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쇠고기 협상과 관련,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할 일이지 이념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국민이 납득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

△박 전 대표=복당문제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

△이 대통령=복당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

그러나 당이 알아서 할 문제다.

당의 공식절차를 밟아서 결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당에) 하겠다.

△박 전 대표=공식적 결정을 무한정 끌고 갈 수는 없다.

△이 대통령=물론이다.

예를 들면 전당대회까지 끌고 가선 안 된다.

△박 전 대표='친박' 수사와 관련, 청와대가 매일 검찰에 전화를 넣는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이 대통령=알아보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겠다(이와 관련,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수사에 관여해서도, 관여할 수도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랏일이 잘 되도록 도와서 하면 좋겠다.

△박 전 대표=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대통령이 말을 안 해도 옳은 길을 가는 사람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