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당신이 성공을 못하는 20가지 비밀'이란 책이 있다.

문제의 비밀엔 '과도한 승부욕,지나친 의견 추가,괜한 비평,잘난 척,반대,인색한 칭찬' 등이 포함됐다.

과한 승부욕은 에너지 낭비의 요인이요,의견 추가나 잦은 비평은 주위의 의욕을 꺾고 방어적 태도를 부른다는 것이다.

똑똑한 체할수록 바보 취급을 받기 십상이고,반대는 정보 차단을 일으키며,칭찬을 아까워하면 불공평한 사람이란 평과 함께 주위에서 사람들이 떠난다고 한다.

왜 아니랴.묻기 전에 답을 일러주면 고마운 사람이 아니라 귀찮은 사람이 되고,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마당이다.

목표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무슨 일이건 다 아는 척 멋대로 할 게 아니라 주변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해야 한다는 뜻일 텐데 현실에선 좀 달리 적용되는 모양이다.

성공하려면 '적당히 움직이고,조용히 굴고,쓸데없이 남(특히 윗사람)의 말에 토 달거나 반대하지 말고,찬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가 상식처럼 통용되는 게 그것이다.

그러니 실력보다 충성도에 출세 여부가 달렸다는 생각이 팽배한 곳 투성이다.

뚜렷한 업적 위주 평가가 힘든 공무원사회의 경우 특히 더하다.

지난해 한 구청에서 전 직원에게 조사한 결과 승진 요인 1,2위로 처세술과 학연.지연이 꼽혔다고 하거니와 중앙부처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힐러리 클린턴이 벼랑 끝에 몰린 이유로 자신의 경험과 실력만 믿고 민주당 대의원 배분방식도 모르는 선거참모를 기용한 것과 장기전에 대비하지 못한 점 등을 지적했다.

힐러리는 숱한 선거 경험을 쌓은데다 백악관 생활을 통해 행정력을 키운, 사실상 준비된 후보였다.

그러나 선험에 의존,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다 지명도와 충성도 위주의 인물을 기용한 나머지 그 능력을 펴보일 기회를 잃게 된 셈이다.

조직 운영에서 충성도는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윗사람이 일보다 충성도에 더 많이 좌우된다 싶으면 누구도 진짜 충성스레 일할 리 없다.

결과는 뻔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