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48.7%의 득표율과 530만표의 압도적 표차로 10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했으나 2월 말 취임을 전후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3월 초 50%대의 지지율에서 2개월 뒤 20%대로 급전직하한 것이다.

국제 원유 및 곡물값 상승,환율 상승 등에 따른 대내외적 경제환경이 악화되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은 어느 정도 예고됐던 사안이라 볼 수 있다.'강ㆍ부ㆍ자 내각' 논란을 일으킨 조각 및 청와대 참모 인선 파동으로 이미 흠집이 났고, '4·9총선' 전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공천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었고 선거 후에는 친박 무소속의 복당 문제로 대립각이 서면서 여당인 한나라당 지지층이 급속히 이탈했다.여기에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각종 정책혼선으로 당·정 간 불협화음을 빚더니 급기야 미국산 쇠고기 파문이 확산되자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바닥권 지지율'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50점에서 출발해서 집권 말기에 30점을 받느니,30점에서 시작해서 4년 뒤 50~60점을 받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해선 더 바람직하다"는 논리다.역대 대통령의 경우 레임덕을 보이면서 20~30%대의 지지율로 임기를 마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여론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꾸준히 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바닥권을 쳤던 지지율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지 않겠느냐는 게 낙관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국정혼선은 앞서 언급했 듯이 이 대통령의 잘못된(?)인사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때문에 이 대통령의 CEO(최고경영자)형 리더십에 일부 수정을 가할 때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내가 옳으니 따르라'는 식의 CEO형 리더십은 기업에서는 통할 수 있었지만,국정운영에 있어선 그보다 정부와 여당,그리고 야당과 국민들을 상대로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CEO는 결정하고 명령하면 되지만,대통령은 결정한 뒤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하는 자리'라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표도 지난 10일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일을 밀고 나가기보다는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쇠고기 수입의 당위성을 떠나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뼈 있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 및 경제현안에 대해 매주 실시하는 대국민 라디오 연설을 도입하는 방법도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케 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여파로 금융시장이 혼란을 보이고 있을 때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정부가 최악의 침체를 막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음을 강조했고, 부양책을 펼칠 때도 그 배경과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 등을 설명하며 대국민 설득에 나서곤 했다.

이 같은 제도를 추진할 경우 집권당의 전파독점이라는 야당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들을 설득하는 것 또한 대통령의 몫이다.

김형배 정치부장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