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통화옵션을 판매한 은행과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 민원에 따라 은행을 조사한 결과 불완전 판매 등 불법행위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반면 피해 기업과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민원을 기각하기도 쉽지 않아져서다.

금감원은 기업과 은행 간의 합의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피해 규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통화옵션 관련 민원을 낸 6개 기업과 거래 은행을 조사한 결과 아직까지는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 등 불법행위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은행과 기업의 평소 거래관계를 고려해 분쟁 조정 등을 통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12일 말했다.

실제 일부 은행은 기업이 입은 손실을 대출로 전환해준 뒤 향후 수출대금이 입금되는 시점에서 발생한 환차익으로 갚도록 하는 식으로 피해를 줄여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옵션 피해를 입은 기업은 대부분 환율이 오른 상태에서 수출대금이 들어오면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통화옵션으로 인한 손실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통화옵션 피해가 확산되는 미묘한 시점인 만큼 적극적으로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민원 접수 후 상품구조와 계약내용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마쳤으며 해당 은행을 상대로 통화옵션의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 및 법률 검토작업을 거쳤다.

현재로선 시중 은행 전부를 대상으로 한 통화옵션 상품판매 현황을 조사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피해 기업 가운데는 "주채권은행의 담당 직원이 '꺾기식'으로 떠넘기다시피해서 계약을 맺었다"며 반발하는 곳도 적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