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1800선을 넘으면서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주가 상승을 주도해왔던 정보기술(IT) 및 자동차업종 대표주들도 소강상태에 들어간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동안 주가가 올랐지만 올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연간실적 전망이 좋아져 예상 주당순이익(EPS)이 오히려 높아진 종목들을 주목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 종목은 예상 EPS 증가분이 주가 상승분보다 높아 주가를 EPS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이 종전보다 낮아졌기 때문에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12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제강 세아베스틸 LG전자 한국제지 동양제철화학 유성기업 삼성카드 한국철강 등은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치였던 3월17일보다 주가가 10% 이상 올랐으나 PER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낮아졌다.

대한제강은 3월17일 6만3200원에서 지난 주말 9만4000원으로 48.7% 급등했다.

올 들어 철근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1분기 영업이익은 2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20%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올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돼 올 예상 EPS는 8864원에서 1만4384원으로 62% 높아져 PER는 3월 7.1배에서 현재는 6.5배로 낮아졌다.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예상 실적이 좋은 만큼 현 주가는 여전히 매입할 만한 수준이란 얘기다.

자동차용 특수강을 생산하는 세아베스틸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에 주가가 37% 급등했지만 EPS가 1341원에서 1880원으로 40% 이상 높아져 PER는 종전보다 0.2배 낮아졌다.

김동준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세아베스틸은 자동차업계의 판매 호조와 적극적인 판매가 인상으로 1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며 "특수강 증설과 단조사업 진출을 감안할 때 2010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연평균 각각 23%,48% 증가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김 연구원은 현 주가보다 48% 높은 2만8900원의 목표주가에 '매수'를 추천했다.

동양제철화학도 주가가 올 저점인 3월17일보다 21% 상승했지만 PER는 2.4배나 낮아져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주가가 오른 종목 중에서 PER가 가장 많이 낮아진 종목으로 분석됐다.

1분기 실적을 통해 폴리실리콘 사업의 성장성이 확인된 데다 올 들어 이미 3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수주에 성공해 실적 전망치가 계속 올라갔기 때문이다.

LG전자 역시 이 기간에 주가가 11만4500원에서 15만원까지 올라 31%나 상승했지만 기관 차익매물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PER는 차이가 없지만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PER가 소폭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시장 대비 PER는 낮아진 셈이라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주에서는 삼성테크윈삼성물산이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PER가 낮아진 종목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주가가 23% 이상 오른 한국제지도 PER는 오히려 0.8배 낮아져 추가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군에 들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들 종목은 그동안의 단기 급등에 따른 일시적 조정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올 실적 개선 효과를 감안하면 조정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연구원은 "특히 업종보다 종목별로 주가가 차별화되는 양상이 뚜렷해질 것이란 점에서 이들 종목을 주목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