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 한국외국어대 총장 >

사막에 스키장을 만들고 바다 위에는 인공 섬을 조성하며 바다 속에는 수중 호텔이 건설된다.

걸리버 여행기의 내용이 아니라 두바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UAE)의 7개 토후국 중 하나로 제주도의 2배 정도 규모인 작은 곳이다.

땅 대부분이 허허벌판 사막이고 진주 조개잡이로 연명하던 이 작은 어촌에 문자 그대로 '상전벽해'가 일어나고 있다.

두바이의 변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스카이라인에서 단적으로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빌딩이 삼성물산에 의해 완공을 눈앞에 둔 160층,높이 800m에 달하는 '버즈 두바이'다.

잔뜩 흐린 날씨에 본 이 세계 최고층 건물은 하늘에 닿아있는 21세기의 바벨탑이었다.

불과 20년 만에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가 된 두바이의 변신은 오일머니 덕분이 아니다.

두바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3%에 지나지 않는다.

천지개벽의 주인공은 두바이의 최고경영자(CEO)로 불리는 셰이크 모하메드 통치자다.

왕세자로 임명된 1995년부터 셰이크 모하메드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아이디어로 사막을 변모시켜 나갔다.

그는 외국자본과 사람을 끌어들이는 탁월한 리더십과 창조적 영감을 가지고 두바이 국제금융센터를 만들어 아랍 세계에서 오일 머니를 끌어들인다.

인구 140만명의 두바이에 매년 100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한국경제신문의 '글로벌 인재포럼 2008' 참석차 다녀온 두바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상상력과 비전,과감한 의사결정,그리고 추진력이 겸비된 지도자의 리더십이었다.

'인재포럼 2008'에서 도출된 결론도 이와 비슷하다.

교육도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추진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쿠웨이트의 노우리야 알수바이흐 교육부장관은 "학교가 정한 커리큘럼을 학생에게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국가와 기업이 원하는 최신 지식을 뷔페식으로 차려놓고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중 속 선택'을 특성으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교육 클러스터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요즈음 한국의 정치인,기업인,학자 등 많은 사람들이 두바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두바이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도 한국의 우수한 인재양성 경험과 경제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인재양성을 위한 지역적 파트너십'을 주제로 이번 포럼이 개최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 배우겠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필자가 보기에 정말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따로 있었다.

세계적 CEO로 발돋움한 셰이크 모하메드가 사실은 수천 편의 시를 발표한 시인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의 창의적 사고의 원천을 능히 짐작해 볼 수 있다.

미국 100대 기업 CEO의 절반이 인문학 전공자라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사실 이는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두바이는 현재 중동의 허브가 아니라 세계의 허브가 되려 한다.

얼마 전까지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하던 나라가 이제 그보다 더 큰 비전을 품고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발상과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두바이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세계적인 도시 두바이를 창조해가는 CEO이자 수천 편의 시를 발표한 시인,셰이크 모하메드 통치자의 상상력이 담긴 '시집 두바이'를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아랍어로 아름다운 아랍시를 낭송할 수 있는 국제적인 젊은 인재가 한국과 아랍 세계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

그러한 시적 상상력과 글로벌한 감각을 지닌 인재가 우리나라를 이끌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