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7억弗도 비싸다고 포기한 유전 19억弗에 '접수'

중국은 지난달 1일 베이징 올림픽의 첫 성화 봉송 도시로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선택했다.

게다가 첫 주자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었다.

고대 동서문명의 교통로였던 실크로드 통과를 상징하기 위해 알마티를 선정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중국에 카자흐스탄은 성화 봉송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동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 샹그릴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12위 산유국이면서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1993년 이후 석유 순(純 )수입국으로 돌아선 상태다.

중국의 하루 석유소비량은 790만배럴로 세계 전체 소비량(8440만배럴)의 9.4%에 달하며,

이 중 절반을 수입에 의존한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석유소비량이 2025년에는 하루 1420만배럴까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석유 확보가 국가안보만큼이나 중요하고 절박하다.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을 포섭하기 위해서라면 올림픽 성화 이상의 그 어떤 것도 제공할 태세인 것이다.

◆중앙亞 유전 선점한 중국

지난달 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악토베로 떠나는 에어 아스타나의 180인승 비행기 안에는 중국인 승객이 절반을 차지했다.

카자흐스탄 서북쪽에 있는 악토베는 대표적인 육상 유전인 켄키악과 자나졸이 위치한 곳으로,중국인 승객들은 두 유전 광구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카자흐스탄 내 중국인은 모두 악토베에 몰려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악토베에 거주하는 중국인 근로자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 여파로 이슬람권인 이 지역에서 돼지고기 값이 크게 뛰었다고 한다.

중국이 악토베에 처음 진출한 것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국영석유기업인 CNPC가 1996년 켄키악과 자나졸 유전을 보유한 현지 석유기업 지분 60%를 5억달러에 인수하며 악토베 유전 개발에 진출한 것이다.

2000년에는 지분 100%를 확보,악토베는 중국의 중앙아시아 석유개발의 전진기지가 됐다.

켄키악ㆍ자나졸 유전의 원유매장량은 총 5억배럴로 현재 하루 생산량은 15만배럴에 이른다.

악토베에 근무하는 김요한 석유공사 부장은 "중앙아시아 자원에 관심이 낮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유망 광구 선점에 나섰던 중국의 해외 진출 전략은 높이 살 만하다"고 말했다.

◆자원 확보도 '흑묘백묘'

중국의 중앙아시아,특히 카자흐스탄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한마디로 '정치적 풀 베팅'이다.

유전만 가져올 수 있다면 투자 대비 수익을 따지는 경제원리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중국 CNPC가 2005년 카자흐스탄 3위 석유기업인 페트로카자흐스탄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5억5000만배럴의 유전을 보유한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2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에 인수했다.

당시 페트로카자흐스탄의 가치를 25억달러 안팎으로 평가했던 쉘 등 오일메이저들은 중국의 베팅을 '터무니 없다'고 비웃었지만 정작 중국은 성공적인 인수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작년 초 한국이 7억달러가 비싸다고 판단해 포기했던 카라잔바스 유전을 19억달러에 낚아채간 것 역시 경제성보다는 석유 확보라는 정치논리가 작용한 결과였다.

중국은 '흑묘백묘'(黑猫白猫)의 실용주의로 석유만 얻을 수 있다면 다른 것은 따지지 않는다.

우즈베키스탄이 2005년 민중봉기 무력진압 사건으로 미국 등 서방과 소원해진 틈을 타 아랄해 유전 탐사 등 5개 대규모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실크로드를 1000㎞ 송유관으로 연결

중국이 중앙아시아를 자원의 전략거점으로 삼는 이유는 육상 원유 파이프라인을 통해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일대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직접 끌어올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은 이미 2005년 12월 카자흐스탄 내륙 유전지대인 아타수에서 중국 서부 알라샨타우까지 1000㎞를 송유관을 연결해 하루 20만배럴의 원유를 끌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동북아 에너지 수입국 중 처음으로 산유국과 송유관을 '직접 연결'한 국가가 됐다.

중국은 이 송유관을 2011년까지 카자흐스탄 서부 켄키악 유전지대와 원유 수출항인 아티라우 지역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이 송유관이 완성되면 중국이 카자흐스탄 전역에서 생산하는 원유는 물론 카스피해 인근 아제르바이잔과 러시아 원유까지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원유 확보면에서 중국은 최선두에 서 있는 셈이다.

◆특별취재팀
알마티ㆍ악토베(카자흐스탄)ㆍ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오형규생활경제부장(팀장),현승윤차장,박수진,이정호,장창민,이태훈,김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