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인구 60만명의 도시 악토베.이곳에서 다시 남동쪽으로 네 시간을 쉼 없이 달려 최종 목적지인 바센콜이라는 작은 마을에 닿았다.

겨울에 영하 30도,여름엔 영상 45도의 혹독한 기후 탓에 곳곳이 패이고 녹아내린 아스팔트 길을 겨우 지났다 싶으면 나머지 절반은 온통 흙투성이인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다.

바센콜은 바로 한국석유공사와 LG상사가 50%의 지분을 갖고 개발 중인 아다(ADA) 광구가 위치한 곳.주변 켄키악 유전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지만 한국의 중앙아시아 자원개발의 열매가 영글고 있는 곳이다.

2006년 이후 1000~2000m 깊이의 탐사 시추공 7개를 뚫어 3개월간 장기 시추 테스트 등 본격 상업생산 채비를 하고 있다.

내년 초 카자흐스탄 정부에 원유 매장량을 신고하고 곧이어 하반기부터 하루 3000배럴의 원유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물론 지금까지 탐사ㆍ개발 과정도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먼지 만큼 고운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 걷기조차 힘든 시추현장에 수천t급 시추장비와 크레인을 옮기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정해진 탐사계약 기간을 맞추기 위해 영하 20~30도의 혹한기에도 물과 원유를 분리해 주는 히터 파이프에 소금을 넣어 물이 얼지 않도록 해야 했을 정도다.

수천m까지 파고 들어가는 시추공은 조금만 방향을 잘못 잡아도 하루 5만~6만달러를 날리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한다.

악토베 현장에서 근무하는 임종찬 석유공사 시추기술담당 부장은 "아다 광구는 한국이 개발 중인 탐사광구 중 진척 상황이 가장 빠른 곳으로,우리 기술로 중앙아시아 원유를 가장 먼저 끌어올리는 광구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다 광구는 한국이 중앙아시아 자원개발에서 첫 단추를 꿴 곳이다.

이외에도 자원의 실크로드를 누비는 '오일 캐러밴'인 한국 기업들은 중국이 선수를 친 이 지역 곳곳에서 틈새를 파고 들고 있다.

우선 카자흐스탄에서는 탐사 본계약을 추진 중인 카스피해 잠빌 광구를 비롯 악토베 인근 에키즈카라 광구에서 LG상사가 석유공사와 공동으로 50%의 지분을 갖고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SK에너지와 LG상사는 내륙 육상광구인 블록8 광구에서 100% 지분을 확보해 놓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장현식 LG상사 중앙아지역본부 상무는 "카자흐스탄에 있는 200여개 육상 탐사광구는 대부분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어 한국 기업들이 이들을 상대로 '민간 대 민간' 협상을 진행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며 "중국이 먼저 휩쓸고 지나갔지만 한국 기업들에도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의 고유가로 육상광구 가격이 껑충 뛴 것이 부담이다.

박한탁 SK에너지 알마티 지사장은 "육상광구 계약 브로커들이 들고 오는 광구 가격이 6개월 새 두 배 이상 뛰었다"며 "대부분 매물도 원유매장 가능성이 낮은 광구들이어서 옥석 가리기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카스피해 해상광구인 아제르바이잔 이남 광구에선 석유공사 등 석유공사 등 한국기업들이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추정 매장량이 20억배럴에 달하는 대형 유전인 이남광구 참여 협상은 처음부터 악전고투였다.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기업이 BP,셸 등 오일메이저와 공동 투자해 탐사해오던 곳에 후발 주자로 참여한 만큼 지분 가격 등 협상조건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수 차례의 협상 결렬 위기를 거치며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오일메이저 컨소시엄의 승인을 얻는 데만 1년5개월이 걸렸다.

제2의 카스피해로 부상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아랄해 유전탐사 사업은 석유공사가 주축이 돼 러시아 루크오일,중국 CNPC,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등 외국 국영석유기업의 참여를 거꾸로 유도한 경우다.

2005년 우즈베키스탄 정부로부터 아랄해 유전탐사 작업 참여제안서를 처음 받은 석유공사는 사업비와 탐사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우즈베키스탄과 우호관계인 러시아 중국 말레이시아의 국영석유기업을 참여시켜야 했다.

어느 곳 하나 쉽게 뚫고 들어갈 유전은 없는 셈이다.

◆특별취재팀
알마티ㆍ악토베(카자흐스탄)ㆍ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오형규생활경제부장(팀장),현승윤차
장,박수진,이정호,장창민,이태훈,김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