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화 < 美 유타대 교수·건축구조학 >

미국이라면 대부분의 동양인이나 유럽 사람들에게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대도시 뉴욕이 연상되지만 수천 마리 소떼를 몰고 다니는 대평원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자동차로 며칠을 달려도 언덕 하나 볼 수 없는 대평원에서 검은 소떼가 풀을 뜯어먹는 장면은 미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정경이다.

카우보이가 소를 잡는 경기 '로데오'는 미국의 민속행사로 크고 작은 마을마다 여름철이 되면 열린다.

그 대평원의 기름진 땅에서 나는 콩이나 옥수수는 세계 인구의 절반을 먹여 살리는가 하면,미국인들이 뚱뚱해지고 심장질환에 쉽게 노출되는 것도 대대로 내려오면서 쇠고기 스테이크를 주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도 시골에 가면 식당에는 햄버거나 스테이크밖에 없고 생선은 아예 찾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미국산 쇠고기에 특별히 광우병이 많다는 소문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미국의 소 도살과정을 살펴보자.미국 전역에 약 1억마리의 소가 방축돼 있고 각 지역의 도살장에는 하루에도 수백 마리의 소가 철조망 우리에 내려진다.

이 소들은 한 줄로 줄세워져 도살장 입구로 들어가는데 이후부터는 사람손이 전혀 필요없이 완전 자동 시스템을 거친다.

포장된 쇠고기가 종류별로 떨어지면 냉동 컨테이너에 실려 각 지역의 판매 영업소에 운반된다.

물론 도살 전후나 운반 후에도 여러 차례 당국(USDA,FDA)의 검사를 거쳐야 한다.

만약 특정국가에 수출하는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면 자동생산과정을 거칠 수 없기 때문에 도살장에서는 엄청난 생산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검역당국에서도 도살작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시스템을 모른 채 막연한 광우병 걱정으로 몇만명이 모여 촛불 시위를 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거짓 환상에 빠져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세계적으로 어려운 경제적 혼란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미국경제가 1920년대 경제공황 이후 최악의 난관에 봉착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은 특단 조치로 가구당 120만원씩을 지급해 내수 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그런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미국경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주식시장도 안정을 찾고 있다.

반면 한때 미국시장과의 결별(Decouple)을 외치던 한국과 중국의 경제상황도 별수 없이 휩쓸려 혼란을 거듭해 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는 물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완전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갖춘 오늘날 상황에서는 정부로서도 속수무책이다.

1960년대나 70년대에는 정부가 강권으로 물가를 정해놓고 경찰력을 동원해 실행해 왔지만 그도 저도 못하는 오늘날의 여건에서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200달러를 향해 계속 오르고 있다.

유가가 200달러 선에 도달하면 지구상의 모든 경제,정치,기술의 판도가 재편성된다는 주장이 있고 이에 대비한 움직임이 주식시장에서 반영되고 있다.

미국증시에선 에너지 기술주가 폭등하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교육의 현장에서는 더욱 치열하다.

앞으로 국가 운명의 장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달렸다는 신념 아래 모든 고등학교와 초급대학 과정에서 수학 과학과목을 한층 더 활성화시키고 있다.

오늘날 언론과 인터넷은 그 전파속도가 초음속을 훨씬 넘어 빠르고 정밀하게 전 세계에서 전파되고 있다.

몇만명의 시민이 근거가 희박한 낭설에 현혹돼 촛불시위를 하는 광경이 이 지구 곳곳에 낱낱이 보도되고 있는 이 현실을 두고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차분히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