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임기 4년의 감사원장에 재선임된 전윤철 원장이 정년(내년 6월)을 1년1개월 남기고 중도하차했다.

전 원장은 13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늘 오후 대통령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대통령이 두 차례 만류했지만 42년 공직생활에 더 이상 아무 여한도 없기에 내 소신대로 물러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전 원장은 그동안 여권 내에서 참여정부 임명 공직자 가운데 사퇴 1순위로 꼽혀 왔다.

하지만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감사원의 주요 업무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감안,입장 발표를 미뤄왔었다.

전 원장은 정부 출범 시기가 아닌 5월을 사퇴 시기로 삼은 데 대해 "4월 총선이 끝나고 18대 국회가 시작되는 시점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원장은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국회에서 청문회를 통해 임명 동의를 받기 때문에 대통령과 국회 모두 관련이 있다"며 "나를 90% 지지해준 국회가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에 물러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정부 일각에서 제기된 영혼 없는 공무원,코드 감사 지적에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그동안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에 대해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말할 수 없었다"며 "공직자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끈 사람들이다.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전 원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대통령비서실장,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11월 제19대 감사원장이 됐고 작년 11월 제20대 감사원장에 취임하는 등 42년 공직자 생활 중 12년을 장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으로 재직했다.

전 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후임 감사원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 안팎에선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을 비롯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안강민 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