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일외교통상위가 13일 주최한 한·미 FTA 청문회는 사실상 쇠고기 청문회와 다름 없었다.

지난 7일 열렸던 미국산 쇠고기 청문회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농업 등 한·미 FTA 피해 산업 보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지만,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른 광우병 논란에 발목 잡혀 FTA 관련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연기하라는 야권의 요구에 대해 "주무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소모적 정쟁

야당 의원들은 쇠고기 논란과 FTA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며 우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률 통합민주당 의원은 "미국이 쇠고기 수입 허용이 FTA의 선결 조건이라고 계속 주장해왔고,이명박 대통령도 쇠고기 협상 타결로 FTA의 장애물이 걷혔다며 두 문제의 연관성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미국 정부가 연방 관보에 고시한 동물성 사료금지조치가 2005년 입법예고에 비해 완화된 것은 우리 정부를 기망(欺罔)한 것이며 우리 정부는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17대 국회 내에서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민주당이 통외통위 위원들을 여섯 명이나 교체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진영 한나라당 의원은 "임시회의 경우 회기 중에는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면 교체할 수 없는데 바뀐 여섯 분이 아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친박무소속연대의 김무성 의원도 "17대 국회 때 FTA를 위해 상임위 18번,특별위 28번,청문회 3번 등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는데 18대에서 처음부터 반복하는 것은 국력 낭비"라며 친정인 한나라당을 거들었다.

◆정부"사료금지조치는 강화된 것"

이날 증인으로 나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적 기준을 바탕으로 체결된 협상을 뒤집을 만한 과학적 발견이 없다"며 "재협상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농림부가 오역이라고 시인하며 논란이 된 동물성 사료금지조치 완화 여부에 대해 "완화가 아니라 강화된 것"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도 현재 되새김질을 하는 소 등 반추동물을 같은 반추동물의 사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만 규정하고 있는데,이번에 미국에 요구해 관철된 건 반추동물에서 닭과 같은 비반추동물로 가는 것도 금지한 것으로 상당히 강화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5년에 입법예고된 것은 미국 축산업계 반발로 철회됐다가 이번에 새로 만들어졌다"며 "그 사이 미국이 광우병위험통제국의 지위를 받아 30개월 미만 소의 뇌와 척수는 특정위험물질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