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방통위, 속시원히 털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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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휴대폰 운영체제격인 국산 무선인터넷 표준플랫폼 위피(WIPI)를 표준으로 의무화하겠다는 건지,안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 표준을 적용하지 않은 캐나다 스마트폰 블랙베리 출시를 허용한다는 소식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사장이 던진 탄식이다.
위피는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처럼 발전시키기 위해 만든 한국형 무선인터넷 운영체계(OS)다.
정부는 법으로 모든 휴대폰에 탑재하도록 의무화시켰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방통위의 말은 수시로 바뀌고 있다.
"휴대폰 단말기는 위피를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2005년 4월)" "무선인터넷 기능이 없는 휴대폰은 위피를 의무탑재하지 않아도 된다(2007년 3월)" "특정기관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제외하고 휴대폰뿐 아니라 PDA도 위피를 의무탑재해야 한다(2007년 6월)" "법인 고객 대상의 PDA는 위피 의무 탑재 대상이 아니다.(2008년 5월)"
방통위는 위피탑재 의무 대상을 모든 휴대폰에서 무선인터넷 기능이 있는 휴대폰으로 축소했고 이제는 법인 대상 PDA마저 예외로 분류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규칙을 지킨 업체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방통위가 내린 시정명령 때문에 국내 이통사들은 이미 출시한 PDA에도 위피 표준을 다시 넣는 고생을 해야 했다"며 "예외 사례를 가지고 로비하는 업체가 이득을 보고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업체가 도리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표준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표준을 고수한다고 하면서도 예외조항을 양산하는 이중적 태도 때문이다.
블랙베리 판매 허가 조치는 노키아,소니에릭슨 등 다른 해외 휴대폰 제조사들의 국내 진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방통위만 애써 부인하고 있다.
이런 애매한 태도 때문에 매번 새로운 사례가 생길 때마다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표준 정책에 대해 속시원하게 밝혀주기를 바라고 있다.
"위피는 실패했다." 이 한마디를 듣기까지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김태훈 산업부 기자 taehun@hankyung.com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 표준을 적용하지 않은 캐나다 스마트폰 블랙베리 출시를 허용한다는 소식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사장이 던진 탄식이다.
위피는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처럼 발전시키기 위해 만든 한국형 무선인터넷 운영체계(OS)다.
정부는 법으로 모든 휴대폰에 탑재하도록 의무화시켰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방통위의 말은 수시로 바뀌고 있다.
"휴대폰 단말기는 위피를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2005년 4월)" "무선인터넷 기능이 없는 휴대폰은 위피를 의무탑재하지 않아도 된다(2007년 3월)" "특정기관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제외하고 휴대폰뿐 아니라 PDA도 위피를 의무탑재해야 한다(2007년 6월)" "법인 고객 대상의 PDA는 위피 의무 탑재 대상이 아니다.(2008년 5월)"
방통위는 위피탑재 의무 대상을 모든 휴대폰에서 무선인터넷 기능이 있는 휴대폰으로 축소했고 이제는 법인 대상 PDA마저 예외로 분류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규칙을 지킨 업체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방통위가 내린 시정명령 때문에 국내 이통사들은 이미 출시한 PDA에도 위피 표준을 다시 넣는 고생을 해야 했다"며 "예외 사례를 가지고 로비하는 업체가 이득을 보고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업체가 도리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표준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표준을 고수한다고 하면서도 예외조항을 양산하는 이중적 태도 때문이다.
블랙베리 판매 허가 조치는 노키아,소니에릭슨 등 다른 해외 휴대폰 제조사들의 국내 진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방통위만 애써 부인하고 있다.
이런 애매한 태도 때문에 매번 새로운 사례가 생길 때마다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표준 정책에 대해 속시원하게 밝혀주기를 바라고 있다.
"위피는 실패했다." 이 한마디를 듣기까지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김태훈 산업부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