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중소기업 중에는 대기업 못지 않은 첨단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 가운데 특히 중소기업으로 출발,연간 매출이 3600억원대를 넘어서는 초고속 성장을 한 기업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울산시 남구 성암동에 위치한 에너지 설비 전문 업체인 성진지오텍(회장 전정도ㆍ49)이 주인공이다.

1982년 선박용 볼트 너트 생산업체로 시작해 지금은 석유화학 장치,초대형 담수설비,조선해양 플랜트 제작 등 종합에너지 설비 전문회사로 탈바꿈했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전정도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 수주전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회사를 일약 거대 중견 스타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성진지오텍은 2002년 전남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폐열회수설비(HSRG)와 프랑스 시뎀사의 담수화플랜트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 번 만들었다 하면 1000t 이상 되는 초대형 플랜트를 세계 최단 기간(10개월)에 제작한 기록을 갖고 있다.

미국의 벡텔과 엑슨모빌,에릭슨,영국의 KBR,일본의 치요다 등 21개국 123개 회사로부터 대규모 플랜트사업을 수주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이 같은 저력에서 나왔다.

전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달성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해외 진출 첫해인 1997년 100만달러를 수출,불과 10년여 만에 수출액을 무려 200배나 늘린 경이로운 실적이다.

지난해 말에는 유가증권시장에도 상장하는 경사도 맞았다.

화학플랜트용 정유탑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32%)에 올라 작년 산업자원부의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 회장에게는 변하지 않는 꿈이 있다.

고부가가치 플랜트와 에너지 설비를 수주하고 제품 고급화를 추진해 2010년까지 매출 1조원의 세계 10대 플랜트 장비업체 반열에 오른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본사 공장을 비롯해 울산 생산기지 4곳을 해양 부두와 1000t 이상의 초대형 설비를 제작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기지로 조성해 놓았다.

이 같은 차질없는 준비 덕분에 벌써부터 목표가 차근차근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담수설비 업체 시뎀과 3000만달러 규모 담수설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난 1월 3600만달러 상당 제품 수주에 이어 이번에 추가 계약을 한 성진지오텍은 시뎀을 통해 향후 아랍에미리트에 증발기형 담수설비를 공급하는 길도 열었다.

전 회장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확보한 총 수주 물량만 2억6000만달러에 달한다"며 "인도 싱가포르 중동 등지에 에너지용 플랜트정유 시설뿐 아니라 담수설비까지 공급함으로써 올해 수주 목표인 7억달러 중 벌써 45%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거대한 외형에도 불구,이 회사는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오히려 협력업체 직원들을 초청해 함께 교육하고 정기적인 워크숍을 여는 등 중소 협력업체를 세계 최고로 만들어야 자사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상생의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올해 성진지오텍이 '하모니 2008'이란 경영혁신 과제를 구호로 내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고객과 성진지오텍,모기업과 협력사,부서와 부서,선배와 후배 간 화합을 통해 신뢰와 열정이 조화를 이룬 상생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미다.

회사에 전문경영인 체제(대표이사 윤영봉)를 구축하고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머무는 전 회장이지만 회사에 있을 때는 어김없이 군화 비슷한 모양의 안전화를 신는다.

철저한 현장 중심의 경영자인 그는 손에서 기름 냄새가 가실 새도 없이 이곳 저곳을 훑고 다니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