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사정부가 해외에서 지원해준 고품질의 구호식품은 군용 창고로 빼돌리고 이재민들에게는 '썩은 쌀'을 배급해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P통신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옛 수도인 양곤에서 장기체류하고 있는 한 외국인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첫 원조물자 가운데 상당수의 고(高)에너지 비스킷이 군용 창고로 빼돌려졌다는 얘기를 정부 관리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미얀마 군정은 해외에서 지원된 고 에너지 비스킷 대신 국내에서 생산한 '맛 없는 저(低) 에너지 비스킷'이 이재민들에게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에서 들어온 고품질의 구호식품이 암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지 아니면 군인들이 소비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마르코 프리어 WFP 방콕사무소 대변인은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어떤 보고도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은 해외 구호물자의 전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셸 몽타스 유엔 대변인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그런 표현을 했고 그 같은 우려가 있다"면서 "(해외 구호품 가운데) 얼마가 이재민에게 지급되지 않고 빼돌려졌는지 확인된 보고가 없다"고 말했다.

국제구호단체인 '케어'(CARE)의 브리안 아그랜드 미얀마 지국장은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가 강타한 이라와디 삼각주 지역의 이재민들에게 지급된 '썩은 쌀'을 동료 직원들이 샘플로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 쌀은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질이 낮았으며 소금기가 있는 묵은 쌀이었다"며 "영양이 낮은 질 나쁜 쌀이 이재민들에게 배급된다는 사실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와디 삼각주 지역의 150만명에 이르는 이재민 가운데 대다수는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은 열악한 수송체계와 군정의 제약으로 WFP는 이재민이 필요로 하는 식량의 20% 정도 배급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의 리처드 호시 방콕사무소 대변인은 "구호작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해 좌절감이 무척 크다"고 말했다.

(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