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는 올해 M&A 시장에 나온 최대 매물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에 이어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2위라는 외형도 그렇지만 매년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알짜배기 회사다.

국내 대기업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현재 하이닉스 매각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기업들은 많지만 확실한 인수 의사를 표시한 곳은 없다.


◆매각 진행 상황


하이닉스의 매각 향방을 결정짓는 키는 외환은행,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9개 채권기관들로 구성된 출자주식공동관리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쥐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하이닉스 지분은 36.1%에 달한다.

협의회는 지분을 분리 매각하지 않고 국내 원매자에게 일괄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해둔 상태다.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5월13일 기준으로 13조5256억원.

협의회 보유 지분(36.1%)을 사들이려면 4조8827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인수대금은 5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협의회는 올해 초 투자자문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위탁해 하이닉스 매각 방안에 관한 종합 보고서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인수 유력 기업과 지분 매각 방식 및 매각 시점 등이 담겨 있다.

협의회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이르면 올 하반기께 하이닉스 매각 절차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뚜렷한 인수 후보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매각 시기가 내년으로 다시 늦춰질 가능성도 높다.


◆인수 후보 기업


현재 하이닉스 인수 후보로는 SK그룹, 현대중공업, GS그룹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당초 LG그룹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LG는 올해 초 "하이닉스 인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남은 인수 후보군은 현대중공업, SK그룹, GS그룹 등 3곳이다.

현대중공업은 하이닉스 인수로 옛 현대가(家)의 부활을 노린다는 점에서, SK는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각각 인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GS그룹은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인수 후보군에 이름이 올라 있다.

물론 이들 기업이 실제로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하이닉스보다는 현대건설 M&A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SK도 최태원 회장 등이 수차례 "반도체 사업에는 전혀 관심없다"고 말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을 수밖에 없다"며 "막상 인수전의 뚜껑이 열리면 의외의 기업들까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관전 포인트


하이닉스 인수에는 워낙 많은 걸림돌이 있어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매각 대금만 5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덩치도 문제이지만, 반도체 업종 특성상 투자비 부담이 크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기업은 매년 4조원 이상을 설비투자에 투입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런 부담을 감당할 국내 기업은 몇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협의회가 36.1%에 달하는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해 인수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컨대 매각 대상 지분율을 30%까지 낮춰 인수 기업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거나, 일부 지분만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은 채권은행들이 우호 지분 형태로 일정기간 보유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