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건설업체로 꼽히는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옛 현대그룹의 모태(母胎)이면서 대통령을 배출한 업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건설업체다.

최근에는 이른바 '제3의 중동 특수'로 불리는 해외 건설 호황 국면을 맞고 있는 해외 건설의 명가(名家)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의 몸값은 더욱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수전 누가 뛰나


M&A 전문가들은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덩치가 워낙 커 웬만한 자금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런 이유로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 등 범(汎)현대가와 두산그룹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은 5월13일 기준으로 9조5205억원.외환은행,산업은행,우리은행 등 채권단의 지분율은 49.72%로 주식 가치만 4조7312억원에 달한다.

실적 호전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한 가치는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적극적이다.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현대건설을 가져와야 현대그룹의 정통성도 인정받고, 대북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도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힌다.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건설.엔지니어링 기술과 국내 1위의 해외 수주 물량을 합쳐 세계적인 종합건설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두산그룹도 다크호스로 거론된다.

발전.담수플랜트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두산중공업과 시공능력.기술력을 갖춘 현대건설을 합치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내 매각 가능할까


현대건설 매각 절차가 언제 착수될지도 관심이다.

일단 지난 3월 매각 절차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 때문에 다소 뒤로 밀리는 모습이다.

현대건설 매각을 추진 중인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도 아직 매각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채 대우조선해양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M&A 시장에 초대형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인수 희망 기업들의 '실탄'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 작업은 아무리 빨라도 3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옛 사주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관건이다.

채권단 매각 대상 지분이 가장 많은 외환은행(12.42%)과 두 번째인 산업은행(11.18%)은 옛 사주 문제에 대해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옛 사주 문제가 선결돼야 매각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외환은행은 큰 문제 없다는 시각이다.


◆호전된 실적


현대건설은 2000년 유동성 위기 끝에 2001년 채권단에 넘겨졌다.

하지만 5년 만인 2006년 워크아웃에서 졸업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였다.

지난해 매출 5조6500억원에 영업이익 3620억원을 거뒀다.

종합 시공능력 평가는 4위지만 기술력은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시장 진출 43년 만에 해외 수주 누계액 6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 들어 51억달러의 해외 수주액을 보이고 있어 올해 사상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내 부문 역시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를 내세운 주택사업과 각종 공공사업 등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자금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 역시 업계 최저 수준인 500가구 안팎에 불과하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