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이 야후 이사회 장악에 나서고 있다.

아이칸이 야후 이사회를 장악하면 기업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아이칸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야후 인수 포기를 선언한 지난 3일 이후 야후 주식 5000만주(지분율 약 4%)를 매입했으며,오는 7월3일 열리는 야후 주주총회에서 위임장 대결을 통해 이사회를 장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13일 보도했다.

아이칸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위임장 대결을 벌일지 여부를 14일(현지시간)까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야후가 15일까지 이사진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이칸은 주주로서 야후 이사진 10명 모두에 대해 후보를 제안할지,아니면 일부만 제안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른 헤지펀드와 연대할지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기업의 일정 지분을 사들인 뒤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로 유명한 아이칸이 야후를 사냥 대상에 올려놓은 것은 야후 경영진이 MS 측의 인수 제안을 거절,주주들의 불만이 팽배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MS가 야후 인수 포기를 선언한 뒤 상당수 야후 주주들은 이사회의 결정에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으며 이사진을 바꿔서라도 매각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MS는 야후에 주당 33달러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야후 측은 주당 37달러를 고집,협상이 결렬됐었다.

주주들의 분위기가 이런 데다 다른 행동주의 헤지펀드들도 야후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아이칸의 '결심'에 따라선 주총에서 표대결이 치열할 공산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헤지펀드인 파이어브랜드 파트너스의 공동 창업자 스콧 갤러웨이가 현재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어브랜드 파트너스는 뉴욕타임스의 이사진을 교체시킨 전력이 있다.

아이칸이 자신의 뜻대로 이사진 구성에 성공한다면 야후의 매각 작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야후 경영진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후의 공동 창업자인 제리 양과 데이비드 필로가 야후 지분 1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상당수 대주주들이 아이칸의 행동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어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