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대지진 진앙지인 원촨현은 지진 발생 사흘째인 14일에야 겨우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열었다.

군인과 무장경찰 900여명은 이날 끊긴 길을 넘어가며 사투 끝에 도보로 원촨현에 진입하는 데 성공,300명을 구조하는 등 구호활동에 본격 착수했다.

군의 낙하산 부대도 투입됐고,헬기를 동원한 구호물자 공급도 시작됐다.

구조대가 원촨현 중심가에 도착하자마자 500여명의 사망자를 발견하는 등 도시 전체는 폐허로 변해 있었다.

인근 잉슈와 룽시마을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1만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잉슈 마을의 경우 주민 대부분인 6700명이 목숨을 잃고 1000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70% 이상의 도로와 교량이 파손됐다.

원촨현은 1933년 대지진 때의 진앙지이기도 하다.

원촨현을 처음으로 빠져나온 한 시민은 긴박했던 지진 당시의 순간을 전했다.

제련공장에서 일하는 탄빈씨(56)는 지난 12일 오후 회사로 출근하던 중 공장 앞 정원을 지나다 땅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눈을 돌려 보니 회사 동료들이 서로에 의지한 채 무너져 버린 공장 지붕을 헤치고 정원으로 빠져나오는 등 회사 전체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날아온 기왓장에 맞아 피를 흘리는 동료들도 보였다.

동료 4명과 함께 회사를 빠져나온 탄씨는 산속의 작은 마을을 둘러봤으나 집들은 모두 잿더미에 파묻혀 버렸다.

그는 현장을 벗어나 24시간을 쉴 새 없이 걸은 끝에 40㎞ 떨어진 인근 두장옌에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탄씨와 달리 원촨현에선 아직 주민 6만여명의 연락이 두절돼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원촨현 인근 지역에서도 사망자 수는 속속 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사망자 수는 이날 오후 4시까지 1만4463명이지만 중국 언론사들이 개별적으로 집계한 비공식 사망자 수는 1만9565명으로 2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실종자도 1만4051명으로 공식 발표됐다.

매몰자도 2만5788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청두에서 서북쪽으로 140㎞ 정도 떨어진 멘양시에만 7000여명이 사망하고 1만9000여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사상자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나고 있다.

멘양시로 가는 도로 양쪽엔 농가가 대부분 무너져 내려 온데 간데 없었다.

1만8000여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진 베이촨현은 '생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시내 입구에 위치한 베이촨 중학교 5층 건물은 지하실까지 주저앉았고,사방을 둘러싼 산들로부터 밀려든 흙과 돌들이 다시 건물을 집어 삼켰다.

상반신만 밖으로 내민 채 건물에 깔려 죽은 앳된 학생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 대지진 당시의 고통을 그대로 재연하는 듯했다.

전교생 대부분이 몰살된 이 학교의 운동장 한쪽엔 발굴된 시신들이 보라색 보자기에 싸인 채 줄지어 널려 있었다.

군인들은 시신을 하나씩 트럭에 날라 싣고 어디론가 떠났다.

양치엔 씨는 "도시가 요동쳤고 3분만에 온 건물이 무너져내렸다"고 지진발생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학교 밖도 참상 그 자체였다.

학교 앞 도로는 지진 충격으로 7~8m나 솟아 있었다.

아스팔트는 널판지 조각처럼 널부러져 있고, 집채만한 돌덩이에 낀 자동차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길옆에선 시신을 둘러맨 사람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간이 제사를 지내는 광경도 목격됐다.

그나마 주인도 없이 길에 버려진 시신도 수두룩했다.

특히 지금까지 20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한 가운데 앞으로 한두 달 동안 여진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와 주민들을 더욱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다.

중국지진센터 쑨스훙 수석예보원은 "여진은 진앙에서 120~130㎞ 이내의 서북쪽 방향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서부 지역 물류중심지인 청두도 고립돼 있다.

전기,수도,통신 등 모든 것이 끊어졌다.

청두시 촨산루 산시 화물교역소엔 대형 트레일러가 3중,4중으로 들어서 있었다.

도로가 막히면서 발이 묶인 트럭들이다.

길이 있어도 가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주유소가 대부분 문을 닫아 기름을 넣을 수가 없어서다.

한 택시운전사는 "3시간을 기다려 기름을 채웠다"며 택시 요금에 웃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영준 KOTRA 청두무역관장은 "쓰촨성은 중국 서부지역 12개 성과 시의 물동량 3분의 1을 책임지는 서부의 물류허브"라며 "고속도로는 큰 이상이 없어도 돼지고기와 아연 주석 알루미늄 등이 많이 생산되는 산골 진입이 어려워 물류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