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달 말 각 군과 방위사업청,농협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병 배식용 쇠고기 비율조정 대책회의'를 가졌다.

장병들에게 배식하는 쇠고기 중 국내산과 수입산 비율을 조정하는 문제를 다룬 민감한 회의였다.

회의가 끝난 열흘 뒤인 지난 10일 국방부 관계자는 장병들에게 제공되는 1일 정량 35g의 쇠고기 전부를 국내산 쇠고기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그동안 35g 중 15g은 국내산,20g은 호주ㆍ뉴질랜드산 쇠고기를 사용해왔다.

국내산 구매에 따른 추가비용은 통상적으로 생기는 예산집행 잔액으로 충당하면 되고,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국내 축산농가 피해지원 성격도 있다며 은근히 자랑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12일 국방부는 말을 180도 바꿨다.

국방부는 해명자료에서 "쇠고기 살코기 급식량은 국내산 15g,외국산 20g이었으나 8월1일부터 국내산 15g만 급식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틀 만에 쇠고기 20g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국방부는 없어진 만큼의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오리고기를 늘리고 3주에 한 번씩 제공되는 호주산 꼬리곰탕을 호주산과 국내산 반반으로 끓여 배식하겠다는 등의 대책 아닌 대책도 내놨다.

국방부의 입장이 이처럼 돌변한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다른 곳에 있었다.

수입쇠고기를 국내산 쇠고기로 공급하겠다는 대책이 촛불시위 현장에서 "군대마저 광우병 미국쇠고기를 쓰지 않고 국산쇠고기로 대체한다더라"는 괴담으로 번진 것이다.

일부 인터넷매체는 "군이 축산농가 보호방침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광우병 쇠고기 사용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 아니냐"는 기사를 실어 국방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국방부의 방침이 잘못 해석돼 괴담으로 번진 것도 문제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아예 쇠고기 공급량을 15g으로 줄인 국방부는 더 못났다는 지적이다.

괴담과 국방부의 무소신 사이에서 한창 먹을 나이인 장병들은 20g의 쇠고기만 빼앗겨 버린 셈이다.

괴담 유포자와 국방부는 장병들에게 무릎꿇고 사과해야 한다.

고기완 사회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