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경기침체땐 현금이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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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등 막대한 현금으로 M&A 성사
지난 13일 세계 최대 PC업체인 휴렛팩커드(HP)가 정보기술(IT) 서비스회사인 일렉트로닉데이터시스템스(EDS)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IT업계를 흔들었다.
HP가 EDS 주식을 주당 25달러에 현금으로 사들인다는 것이었다.
인수총액은 139억달러(약 14조5000억원).HP로선 2002년 189억달러를 들여 컴팩을 합병한 이후 최대 규모의 인수ㆍ합병(M&A)이다.
이로써 HP는 세계 1위 IT 서비스업체인 IBM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인수를 성사시킨 힘은 든든한 현금이었다.
HP는 1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쌓아놓고 사냥감을 물색해왔다.
CNN머니는 14일 "현금의 힘이 산업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며 "경기가 침체되면서 현금이 최고의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현금이 많은 기업들에 불황은 오히려 '알짜 매물'을 골라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HP는 2000년에도 칼리 피오리나 당시 최고경영자(CEO) 주도로 대형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인수를 시도했지만 이익 감소에 따른 현금 부족으로 포기해야 했다.
그로부터 2년 뒤 경쟁사인 IBM이 PwC를 인수하며 HP에 상처를 입혔다.
이후 HP는 현금 보유를 늘리며 6년간 와신상담 끝에 EDS를 손에 넣어 IBM을 긴장시키고 있다.
현금력이 HP의 운명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다.
CNN머니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 가운데 50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금융사 제외)은 43개에 달한다.
IT업계에는 HP를 비롯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인텔 시스코 오라클 등이 '현금 부자'로 통한다.
이 가운데 인텔과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 회사들이 막강한 현금력을 바탕으로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구글은 동영상 UCC(사용자제작콘텐츠)업체인 유튜브 등 10여개사를 잇따라 사들이며 인터넷업계의 맹주로 떠올랐다.
MS도 이에 맞서 야후와 '세기의 빅딜'을 추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제약업계도 막강한 현금력을 자랑하는 기업들이 많은 곳이다.
세계 최대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는 3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갖고 있다.
로쉬와 노바티스도 각각 200억달러와 100억달러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신약의 특허 만료 등으로 성장 둔화에 직면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차세대 캐시카우(현금원)인 바이오테크 기업 사냥을 위해 실탄을 축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석유메이저인 엑슨모빌과 로열더치셸 셰브론 등도 50억달러 이상의 현금 자산을 쌓아놓고 있다.
현금이 많은 기업은 대체로 주가도 좋다.
50억달러 이상 현금을 갖고 있는 43개 기업의 최근 1년간 주가 상승률은 평균 1.3%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S&P500지수는 7.0% 떨어졌다.
하지만 과도한 현금은 약보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폴 모니카 CNN머니 논설위원은 "시장 혼란기에 현금력은 기업의 든든한 보호막인 동시에 사업을 확장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해주는 무기가 된다"며 "하지만 투자하지 않고 과도하게 현금을 기업 내부에 쌓아두는 것은 투자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HP가 EDS 주식을 주당 25달러에 현금으로 사들인다는 것이었다.
인수총액은 139억달러(약 14조5000억원).HP로선 2002년 189억달러를 들여 컴팩을 합병한 이후 최대 규모의 인수ㆍ합병(M&A)이다.
이로써 HP는 세계 1위 IT 서비스업체인 IBM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인수를 성사시킨 힘은 든든한 현금이었다.
HP는 1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쌓아놓고 사냥감을 물색해왔다.
CNN머니는 14일 "현금의 힘이 산업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며 "경기가 침체되면서 현금이 최고의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현금이 많은 기업들에 불황은 오히려 '알짜 매물'을 골라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HP는 2000년에도 칼리 피오리나 당시 최고경영자(CEO) 주도로 대형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인수를 시도했지만 이익 감소에 따른 현금 부족으로 포기해야 했다.
그로부터 2년 뒤 경쟁사인 IBM이 PwC를 인수하며 HP에 상처를 입혔다.
이후 HP는 현금 보유를 늘리며 6년간 와신상담 끝에 EDS를 손에 넣어 IBM을 긴장시키고 있다.
현금력이 HP의 운명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다.
CNN머니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 가운데 50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금융사 제외)은 43개에 달한다.
IT업계에는 HP를 비롯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인텔 시스코 오라클 등이 '현금 부자'로 통한다.
이 가운데 인텔과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 회사들이 막강한 현금력을 바탕으로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구글은 동영상 UCC(사용자제작콘텐츠)업체인 유튜브 등 10여개사를 잇따라 사들이며 인터넷업계의 맹주로 떠올랐다.
MS도 이에 맞서 야후와 '세기의 빅딜'을 추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제약업계도 막강한 현금력을 자랑하는 기업들이 많은 곳이다.
세계 최대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는 3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갖고 있다.
로쉬와 노바티스도 각각 200억달러와 100억달러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신약의 특허 만료 등으로 성장 둔화에 직면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차세대 캐시카우(현금원)인 바이오테크 기업 사냥을 위해 실탄을 축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석유메이저인 엑슨모빌과 로열더치셸 셰브론 등도 50억달러 이상의 현금 자산을 쌓아놓고 있다.
현금이 많은 기업은 대체로 주가도 좋다.
50억달러 이상 현금을 갖고 있는 43개 기업의 최근 1년간 주가 상승률은 평균 1.3%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S&P500지수는 7.0% 떨어졌다.
하지만 과도한 현금은 약보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폴 모니카 CNN머니 논설위원은 "시장 혼란기에 현금력은 기업의 든든한 보호막인 동시에 사업을 확장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해주는 무기가 된다"며 "하지만 투자하지 않고 과도하게 현금을 기업 내부에 쌓아두는 것은 투자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