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해태의 원래 이름)는 중국과 한국에 전해지는 상상의 동물이다.

사자와 비슷하나 머리 가운데에 뿔이 나 있다.

목에 방울을 달고 있으며 몸 전체는 비늘로 덮여 있다고 한다.

중국이 태생지라고 하는 해치에 대한 얘기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후한시대의 한자사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해치는 소송이 벌어졌을 때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집어낸다"고 했다.

같은 시기의 '이물지(異物志)'라는 책에서도 "해치는 사람의 성질이 구부러진 것과 곧은 것을 정확히 구분해 낸다"고 쓰여 있다.

해치에 대해서는 중국 고서 여기저기에 나오는데 한결같이 시비와 선악을 가리는 영물(靈物)로 묘사돼 있다.

해치의 속성이 이러해서인지 중국에서는 법률을 관장하는 관리들이 해치관을 썼다고 한다.

우리 조선시대에도 사헌부를 관장하는 대사헌의 관복에 해치를 장식했다.

국회의사당과 대검찰청 앞에 해치상을 세운 것도 법과 무관치 않다.

해치가 일반에게 친숙하게 된 계기는 경북궁 앞에 해치상을 세우고서부터다.

관악산의 화마를 막기 위해서라는데 풍수지리적인 해석일 뿐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궁궐을 지키는 해치가 서울의 얼굴로 거듭난다.

600여년 동안 수도를 지켜온 해치가 최근 서울의 상징물로 최종 결정됐는데,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시민 모두에게 친숙한 수호자라는 게 주된 선정이유였다.

앞으로 해치는 문화콘텐츠로 확장되고 IT기술이 접목되면서 관광 및 캐릭터 상품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될 것이라고 한다.

상징물을 활용해서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도시들이 많다.

뉴욕에는 사과조형물인 빅 애플(Big Apple)이 있고,베를린은 앞발을 바짝 든 곰 형태의 버디 베어,싱가포르는 사자머리에 고기 몸통을 한 멀라이언이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막 서울의 얼굴로 등장한 해치가 장래 서울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갈지 자못 기대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