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CEO들은 이런 사원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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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으로 ‘청년백수’가 넘쳐나고 있지만, 기업들은 막상 “뽑을만한 인재가 없다"며 인재난 타령이다. 고시열풍, 대기업 선호 등이 이런 역설적 상황을 낳았지만, 취업준비생과 기업이 인선기준으로 삼는 인재상이 상당한 간극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예비 직장인들은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와 학점관리에 온통 신경을 쏟는다. 그러나 취업준비생의 화려한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에 불과할 뿐 ,당락에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는 게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최근 들어 대기업 공개채용에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면접관으로 나서고 있다. 회사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인재를 뽑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십년의 샐러리맨 생활과 임원에서 CEO까지 오르기까지 산전수전 공중전을 거친 이들은 무엇을 평가기준으로 삼을까.
한국경제신문은 2년 전 대기업들의 CEO들을 선술집으로 불러, 심층 인터뷰를 했다. 이때 기자들이 흔하게 묻는 질문이 “어떤 사원을 좋아하느냐”였다.
저마다 원하는 사원상의 기준이 달랐지만, 빼어난 두뇌보다는 성실성 책임감이 직장인의 최고 덕목으로 거론됐다.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인의식을 갖고 일처리를 하는 부하직원을 가장 예뻐했다. 그는 “일이 챙기지 않아도 다 해놓거나 일부 지시만 해도 전체를 알아서 하는 스타일의 직원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평규 S&T그룹 회장도 인재의 능력을 학력과 지식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인재론을 폈다. 최 회장은 “주인의식과 책임감, 열정을 갖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사람”을 우수인재로 평가했다. 윤홍근 제너시스 BBQ회장도 “신입사원 때부터 ‘내가 이 회사의 사장’이라고 생각하는 직원이 가장 눈에 띈다”고 말했다.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부문 부회장은 우직스러울 만큼 부지런한 사원을 좋아했다.. 박 부회장은 “성공한 사람들의 첫 번째 특징은 부지런함”이라며 “순진할 만큼 자신의 일에 진지한 사람이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활한 사람은 일정 기간 성공할지 몰라도 반드시 헛발질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근성을 가진 사원도 CEO들이 좋아하는 사원 유형이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윗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도 ‘누가 먼저 나가는지 보자. 이 회사엔 내가 더 오래 있을 사람이다’라는 식의 오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CEO들은 젊은 사원들의 열정을 높이 샀다.
이채욱 GE헬스케어 아시아․성장시장 총괄사장은 “힘들고 싫더라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매달려보는 것, 그렇게 해서 성과를 내면 또 그 힘으로 더 어려운 일에 도전해보려는 마음가짐, 그것이 열정이다”이라며 “열정을 불태우는 직원은 조직에서 두드러지기 마련이다”고 강조했다.
윤영달 크라운 해태제과 회장의 자신이 철학으로 삼는 구궁 인재론(九宮人財論)을 소개했다. 수修, 학學, 사思, 열熱, 충忠, 신信, 구究, 조造, 수首 등 9가지를 직원들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은 것. 충은 충성, 신은 믿음으로 말을 지킨다는 뚯, 조는 하늘에 바치는 물건을 만든다는 의미고, 수는 자신을 닦고 정돈하라는 것을, 열은 열정을 뜻한다. 구는 연구, 수는 무리 가운데 뛰어나서 멀리 내다보는 판단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윤 회장은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충을 강조했다.
반면 CEO들은 ‘아부형’과 진정성을 갖지 않고 ,일하는 ‘척’만 하는 사원을 경계대상 1호로 꼽았다.
이런 사원을 어떻게 아냐고...평사원을 거쳐 CEO까지 오른 ‘내공’은 직원 눈빛만 봐도 판가름이 난다는 게 CEO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경영이라는 게 과학이라기보다는 아트에 가깝다고 무엇보다 필링(감)이 중요하다”며 “‘저 사람 괜찮다, 저 사람은 믿을 수 있겠다’는 감은 틀림없이 맞아 떨어지고,이 정도 감은 CEO에 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국내 굴지 기업의 CEO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사장님, 소주 한잔 하시죠》(한국경제신문 刊)에 담겨 있다.
손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