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수 102개 … 이마트와 한판승부

홈플러스가 홈에버를 2조3000억원에 전격 인수키로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국내 대형 마트 시장이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사실상 '양강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한때 국내 철수설까지 돌았던 홈플러스의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가 한국 시장에 '올인'하는 전략으로 돌아서 이마트와의 경쟁이 주목된다.

◆대형 마트 '2강 1중' 구도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로 그동안 '1강(이마트)-2중(홈플러스.롯데마트)-1약(홈에버)'이던 시장이 '2강(이마트.홈플러스)-1중(롯데마트)'으로 급변하게 됐다.

홈에버의 35개 점포를 인수하는 홈플러스는 기존 67개 점포를 합쳐 단숨에 102개 점포를 갖게 된다.

이마트(112개)에 10개 차로 따라붙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와 홈에버를 합친 올해 매출이 9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 12조원인 이마트와의 격차가 3조원 정도로 좁혀진다는 얘기다.

다만 홈플러스의 영업이익률이 6%대로 낮고,홈에버의 경영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독립 법인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


◆테스코의 행보 관심

테스코의 공격적인 행보도 관심거리다.

홈플러스는 홈에버 지분 매입 자금 1조원 중 5000억원을 테스코 본사로부터 직접 조달한다.

5억달러가량 외자유치를 하는 효과가 있다.

테스코는 홈에버 인수에 앞서 이달 초 경기도 안성물류센터에 1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국내 대형 마트 시장 전망을 밝게 보기 때문.홈플러스 관계자는 "대형 마트가 현재 350여개인데 향후 500개까지도 가능하다"며 "테스코가 부진한 일본이나 불확실한 중국 대신 한국을 아시아의 성장동력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3위인 롯데마트도 당초 홈에버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노조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신동빈 부회장이 인수 포기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에버 노조 협조 얻어내야

최종 인수까진 독과점 규제와 계약직 정규직 전환문제를 풀어야 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형마트 상위 3사 점유율은 75%를 넘어선 안 된다.

'빅 3'에 홈에버까지 합치면 지난해 전국 점유율이 77.7%에 이르고 지역별(반경 5㎞이내)로도 75%를 넘는 곳이 나올 수 있다.

이승한 삼성테스코 대표는 "단순히 전체 매출이 아니라 백화점.가두점까지 포함해 의류,가전 등 품목별로 점유율 기준을 적용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홈에버 노조는 비정규직으로 3개월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홈플러스는 2년 근무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비정규직은 법적 절차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혀 전원 고용승계 방침에도 불구 갈등 여지가 있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잘 마무리되려면 홈에버 노조의 협조를 얻어내느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김진수/송태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