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지영민씨(34ㆍ경기도 성남)는 최근 3년간 몰던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스포티지를 내다 팔았다.

대신 중고 세단 차량인 로체를 구입했다.

경유(디젤)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연료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없는 SUV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경유 가격이 운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국제 유가가 연일 최고가 행진을 거듭하면서 전국 평균 경유값이 처음으로 ℓ당 1700원 선을 돌파했다.

14일 한국석유공사의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opinet)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경유 평균 가격은 13일 현재 전날보다 ℓ당 1.69원 오른 1700.03원으로 집계됐다.

석유공사의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총 8600여개 주유소의 평균 가격이다.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가격은 올해 초 ℓ당 1433.84원보다 19% 정도 올랐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첫째주 평균 가격(1235.03원)과 비교하면 38%나 급등했다.

특히 지난 9일에는 경유 평균 가격이 하루에만 ℓ당 5.18원이나 폭등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경유값이 가장 비싼 주유소는 ℓ당 19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인천 서구의 K주유소는 경유값이 1879원에 달했다.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충북 청원군의 D주유소와 무려 300원 차이다.

서울 지역은 강남구 논현동의 H주유소(ℓ당 1843원)를 비롯 1800원대에 경유를 판매하고 있는 주유소가 등장한 지 오래다.

경유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휘발유값과의 차이는 불과 ℓ당 56.06원으로 좁혀졌다.

13일 기준으로 휘발유값은 하루에 1.74원 올라 ℓ당 1756.09원을 기록한 상태다.

석유공사의 주간 평균 가격을 보면 이달 첫째주 경유 평균 가격의 상승폭은 휘발유 상승폭을 능가하면서 전국 평균기준 가격 차이는 ℓ당 57.59원으로 전주(65.76원)보다 더욱 줄어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유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의 판매 대수도 급감하고 있다.

올 들어 4월 말까지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늘어났지만,같은 기간 경유 승용차의 판매량은 8.7%나 줄었다.

경유 모델의 비율이 95% 이상인 SUV 시장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SUV의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18.2%나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경유차가 동급의 휘발유차에 비해 판매가격이 200만원 이상 비싼 데다 최근 경유값이 휘발유 가격과 비슷해지면서 연료비 절감 효과도 거의 없어진 탓이다.

장창민/유승호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