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일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지주 23층 회의실.'은행장 경영협의회'에서 자회사 행장들 사이에 '고성'이 터져나왔다.

목포시금고 유치전에 뛰어든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연고권을 내세운 정태석 광주은행장과 한바탕 말다툼을 벌인 것이다.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보다 못해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 은행장은 "내가 낸 실적으로 내가 평가되고 연임되는데,회장은 관여하지 말라"고 반발했고 회의는 싸늘한 분위기 속에 끝났다.

회장이 자회사 행장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구조인 탓이다.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3월 선임됐다.

박병원 회장이 박해춘 행장보다 보름 정도 앞서 선임됐지만 박 회장은 행장 선임 과정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금융그룹은 말로만 금융그룹이지 시너지는 기대조차 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너지를 내겠다며 우리금융 건물에 입주했던 우리투자증권 투자금융(IB)본부도 곧 다시 이전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은 1기 경영진인 윤병철 회장-이덕훈 행장 체제 당시 경영진 갈등으로 심한 내홍을 겪었고,반작용으로 2기 경영진 구성 때는 회장-행장 겸임 체제가 됐다.

지난해 회장-행장을 다시 분리하면서 회장에게 은행 이사회 의장을 겸임토록 했으나 한계는 여전하다.

그런 까닭에 박 회장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보다는 해외 투자설명회(IR)나 민영화 같은 일에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14일 이사회를 열어 회장추천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우리은행도 15일 행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공모가 이처럼 별도로 진행되고 있으니 차기 회장과 행장의 관계도 지금과 달라지지 않을 게 분명하다.

금융권에서는 지금대로라면 우리금융그룹엔 사실상 지주사가 필요없다고 말한다.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지주사가 과연 자회사의 경영을 관리할 수 있을까.

정부가 우리금융그룹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조금이라도 가졌다면 회장을 먼저 뽑은 뒤 행장추천위원회에라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