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의 얼굴 역할을 해온 윤종용 부회장이 전격 퇴진하고 이윤우 부회장이 바통을 승계한 것을 비롯 화재 증권 테크윈 등 10개의 사장단 자리가 새로운 얼굴로 채워졌다.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실시될 예정이고 보면 삼성이 이제 면모를 일신(一新)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인사는 여러 측면에서 관심을 모은다.

우선 오랫동안 시달려온 삼성특검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신체제 구축을 대내외에 선포한 것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는 뜻이다.

이번 인사가 그룹 차원이 아니라 계열사별로 발표됐다는 점도 주목되는 포인트다.

계열사 사장단의 역할이 그만큼 확대될 것임을 보여줄 뿐 아니라 삼성이 그 동안의 일사불란한 그룹경영체제에서 탈피해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원만히 넘어갈 수 있을지 여부를 판가름짓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신임 사장단의 어깨는 대단히 무겁다.

이건희 회장의 은퇴 선언에 이어 윤 부회장이 물러나고,그룹을 총괄 관리해온 이학수 부회장까지 퇴진예정인 상황이고 보면 자칫 리더십 공백과 이로 인한 부작용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따라서 사장단은 이들의 빈자리를 빈틈없이 메우는 것은 물론 손상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나아가 적극적 신수종사업 발굴 등을 통해 '세계속의 초일류 삼성'을 다져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특히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의 최고사령탑을 맡아 전자 계열사들을 이끌게 된 이윤우 부회장은 누구보다 책임이 막중한 만큼 창조적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그룹의 두뇌 역할을 해온 전략기획실마저 해체될 예정이어서 삼성전자의 향방에 따라 그룹의 위상(位相)이 좌우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아무튼 삼성의 경영체제 쇄신은 외환위기 때의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최대 변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기업경영환경은 세계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원자재가격이 치솟는 등 어렵기 짝이 없다.

반도체업계만 해도 합종연횡이 줄을 이으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삼성이 신체제 출범을 계기로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약을 이뤄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