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석유판매회사 군보르(Gunvor).2003년만 해도 틈새시장을 기웃거렸던 이 회사는 러시아 대다수의 석유업체와 계약을 맺으며 불과 5년 만에 세계 3위의 석유 판매업자로 급성장했다.

"석유 판매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올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7일 '고위층 친구들?'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군보르의 급성장 배경에는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게나디 팀첸코와 러시아 푸틴 총리 간 각별한 관계가 한몫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군보르 매출은 2004년 5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는 430억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는 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상으로 수출되는 러시아 석유 중 군보르가 맡는 비중도 2003년 이전에는 10% 미만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0%로 확대됐다.

군보르가 급성장한 시기는 2003년.푸틴에 반기를 들었던 러시아 석유기업 유코스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회장이 탈세 혐의 등으로 체포된 이후 러시아 정부가 석유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FT는 "군보르는 정치권으로부터 어떠한 혜택도 보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 회사가 너무 단기간에 급성장함에 따라 푸틴과 팀첸코 간 특수관계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팀첸코는 올해 처음으로 포브스의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재산은 25억달러에 달한다.

FT에 따르면 팀첸코와 푸틴의 인연은 푸틴이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대외경제관계위원회 위원장이던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푸틴은 당시 석유터미널 공사를 위해 '골든게이츠'라는 회사를 설립했는데 팀첸코의 석유판매회사가 지분투자를 했다.

이 회사는 조직폭력단체와 충돌로 결국 파산했지만,팀첸코의 회사는 석유 수출 계약을 따내며 많은 혜택을 봤다.

두 사람은 특히 '유도클럽'을 함께 만들면서 절친한 사이가 됐다.

야바라 네바 유도클럽의 발레리 나탈렌코 관장은 어릴 적부터 유도광이었던 푸틴이 도장에 올 때 항상 자신과 친한 기업인들과 함께 왔으며,유럽에서 시합이 있을 때에도 동행하곤 했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