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O 피해 中企 '대출전환 요청'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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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업체들이 은행과 통화옵션 상품인 'KIKO(키코.Knock-In Knock-Out)' 거래를 한 이후 환율 급등으로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해당 중소기업들이 은행에 환차손을 대출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출업체들의 KIKO 거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집중적으로 맺어져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 후반을 웃돌면서 수출업체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도 영업활동이 정상적인 기업에 대해선 환차손을 대출로 전환하고,향후 영업이익으로 이를 갚아나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기업은 은행 이익의 원천"이라며 "선의로 KIKO 거래를 했으나 예기치 않은 환율 급등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지는 회사에 대해선 선별 지원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그러나 투기적인 목적으로 KIKO 거래를 한 수출업체라면 환차손의 대출 전환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이와 더불어 새로운 환헤지 방법을 통해 추가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위험성이 큰 KIKO보다는 선물환 거래 등 단순한 구조의 상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선물환 거래 시 환율은 KIKO 거래 시 환율보다 5~10원 낮게 책정돼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그만큼 안전하다.
KIKO로 새로운 환헤지를 시도할 경우 환율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현재 환율에서 ±20원 정도를 안전한 범위로 보고 있지만 환율 변동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외환 딜러는 "환율이 1100원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으며 KIKO 계약 시에도 고객들에게 이 정도를 상한선으로 정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사인 A사의 경우 통화옵션 계약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환율 변동폭을 상향 조정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은행 측과 협의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환율변동폭을 상단 955원,하단 905원으로 설정한 뒤 계약금액 50만달러의 통화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1050원에 육박하면서 달러당 930원에 계약 금액의 2배인 100만달러를 은행 측에 팔면서 매달 1억2000만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체결한 또 한 건의 통화옵션 계약에서도 매달 1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단 상단 환율을 1070원 안팎으로 설정,현재 환율 수준에서 환차익을 보는 구조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KIKO 등 외환 헤지 상품은 '보험'의 개념이지 '펀드'가 아니라고 조언했다.
최소한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상품인데 영업외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에 현재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업체라도 사내에 재무담당본부장 영업담당본부장 등으로 구성된 환율리스크 위원회 등을 꾸려 환율 변동에 시스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훈/이심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