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군으로 돌아서면서 정체돼 있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펀더멘털상 큰 변화가 관측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은 현선물 시장에서 공격적인 매수 공세를 펼치며 코스피를 1890선까지 끌어올렸다.

비록 오락가락하고 있긴 하지만 선물 시장에서 지난 15일 무려 9000계약이 넘는 매수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추가 상승 가능성에 과감히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동양종금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2006년 이후 외국인들이 선물 시장에서 일간 기준으로 9303계약 이상을 순매수한 경우는 전날을 포함해 총 10회에 불과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선물 시장내 외국인들의 추세 추종형 매매패턴을 고려해 볼 때 이들의 선물 포지션은 단기 추세 판단에 있어 신뢰할만한 지표라면서, 지수가 짧게는 이틀 길게는 한달 이상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

한양증권 김지형 연구원도 "외국인들이 지난 9일 기록한 대규모 선물 매도분과 맞먹는 수준의 환매수를 보인 점은 추가 상승에 베팅하려는 의도가 서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물의 경우 그간 미국 경제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매수를 꺼려왔지만 최근 발표된 소비판매와 CPI 등이 경기가 바닥권에 와 있음을 시사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약세 기조 하에서도 유독 급등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외국인으로 하여금 국내 주식에 대한 환차손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배경이든 외국인들이 순매도 기조에서 순매수 기조로 방향을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매크로 변수보다 국내 수급 동향이 더 중요한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새로운 매수 주체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지수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한층 강화시켜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동안에도 지수는 1800선 중반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매수 전환으로 지수의 상승 탄력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하루이틀 대규모로 매수했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사자'에 나설 것이라고 담보할 순 없지만 더이상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팔고 있지 않다는 점 자체가 수급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급격한 원화 약세로 외국인들 입장에선 주가 상승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했다.

원화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80선을 넘어 연중 최고 수준에 도달하고 있지만 달러화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코스피는 전고점에 크게 못미치는 1700선에 불과하다고 지적.

김 연구원은 "원화기준 코스피 지수와 달러화 기준 코스피 지수의 괴리도는 원화환율이 네자릿수에 진입한 이달 들어 더욱 확대되고 있다"면서 "달러화 기준으로 아직 연초 대비 8% 수준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증시가 외국인들에게는 여전히 저가 메리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수준에서 원화환율이 고점을 기록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외국인들은 주가 상승시 자본차익과 함께 환차익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 셈이다.

김 연구원은 "다만 최근과 같이 그날 그날 엇갈린 움직임을 이어갈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점 등에서 외국인들의 유동성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원도 "아직은 외국인들의 매매 방향성이 불확실해 언제든 순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면서 방심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