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남색 정장에 노란색 실크 넥타이를 맨 '산타클로스'가 지난 12일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나타났다.

희끗한 곱슬머리,풍성한 턱수염이 눈길을 끄는 이 사람은 바로 이탈리아 수제 남성복 '스테파노리치'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디자이너인 스테파노 리치(61)다.

갤러리아가 직수입 형태로 국내에 들여와 지난달 문을 연 스테파노리치 매장을 둘러보기 위해 방한한 것.

1973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탄생한 '스테파노리치'는 키톤,브리오니와 함께 3대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으로 꼽히는 하이엔드 브랜드다.

정장 한 벌이 530만~1050만원에 달할 정도.직접 매장을 둘러본 그는 "기성복처럼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보다는 상품의 가치를 이해하고 즐길 줄 아는 소수의 고객만을 위해 정장을 제작한다"며 "스테파노리치는 '선택 받는 브랜드'가 아닌 '고객을 선택하는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또한 남이 만들어낸 유행을 쫓는 게 아니라 나만의 고유 스타일을 추구하는 자신감 넘치는 남성들이 그의 고객이라고 덧붙였다.

'브리오니'가 CEO들의 정장이라면 스테파노리치는 부호들이 즐겨 입는 정장 브랜드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몰려 사는 몬테카를로,파리,뉴욕,베벌리 힐스 등 8개국 15개 도시에 매장을 두고 있다.

브랜드 창립자인 스테파노 리치는 르네상스 발원지인 피렌체에서 교회의 디자인과 성들을 보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교회나 성의 정교한 색상 조화와 비율을 접하며 예술성과 균형감각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고,이러한 디자인 영감들을 제품에 담아냈다.

21세 때 스테파노 리치는 메디치 가문의 도안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넥타이를 처음 디자인했다.

그 후 실크로 유명한 코모로 이주해 직물회사에 일하면서 고대 직물기법에 매료돼 지냈다고.

스테파노리치는 고급 원단을 구매해 장인의 손길로 제품을 완성하는 타 브랜드와 달리 최고급 원사를 구해 원단부터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28조각을 정교하게 이어 붙인 '플리츠 패치워크 넥타이'로 유명해진 후 1990년대 들어 정장,캐주얼 등 토털 브랜드로 영역을 확대했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다른 명품들에 견주어 스테파노리치는 불과 35년의 짧은 역사지만 최상의 원단,이탈리아 전문 장인들의 정교한 수공기술,특유의 패턴과 최적의 바느질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 최고의 이탈리아 명품 정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