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지진으로 균열이 생긴 두장옌시 쯔핑푸 댐은 민강(岷江)에 위치해 있다.

이 강은 장강(양쯔강) 상류의 큰 지류로 동티베트에서 발원한다.

엄청난 수량과 빠른 유속이 특징이지만 민강은 지난 2200여년 동안 홍수 한번 나지 않았다.

가뭄에도 농토에 풍성한 물을 제공했다.

기원전 256년 진나라 소양왕때 만들어진 과학적 수리시설 덕분이다.

해발 4000m 이상에서 가파르게 내려온 강물은 수리시설을 통하면 둘로 갈라진다.

평상시엔 물의 20%만 농토로 흐르고 나머지는 외곽으로 빠진다.

그렇지만 갈수기에는 거꾸로 70%의 물이 청두 평야로 향하고 30%만 외곽으로 방향을 튼다.

댐이 아닌 몇개의 제방으로 완벽하게 물을 통제한 그 지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붕괴 위기에 있는 쯔핑푸 댐은 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게 아니라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제방 덕으로 청두 일대는 '천부지국'(天府之國:하늘이 내린 나라)으로 불리게 됐다.

내륙 깊숙이 있어 외세의 침입이 없기도 했지만 농업사회의 가장 큰 숙제인 홍수와 가뭄을 잊고 살 수 있었던 때문이다.

청두에는 세 집 걸러 한 집이 찻집이라고 할 정도로 주민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비교적 여유로운 삶을 살았었다.

그러나 천부지국의 백성들은 지금 고난에 처해 있다.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기도 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많이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허름하게 지어진 학교와 농촌의 주택들은 진도 7 이상의 강진에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다는 청두 시내 고층빌딩과는 견줄 수가 없었다.

중국의 극심한 빈부격차는 이렇게 천부지국에도 깊은 상처를 냈다.

중국 지도부는 혹시나 빈부격차로 인한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표정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구조작업을 진두 지휘하는 모습이 중국 전역에 중계되고 있다.

전국에서는 구호품이 답지하고 성금모금 운동도 한창이다.

하지만 돈이 있느냐 없느냐가 삶과 죽음을 갈랐다는 비판적 시각은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으로 잠재돼 있다.

중국 지도부가 어떻게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할지 궁금하다.

청두=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