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푸르구나~'라는 노래가 연상되듯 날씨도 따사롭고 가족 나들이와 외식이 잦은 계절이다.

나들이와 외식이란 두 토끼를 함께 잡으려면 무엇보다 제철메뉴를 찾아 나서는 근교 여행이 제일이다.

5월에는 유독 해산물 맛이 올라 식도락가들을 유혹한다.

요즘 대게니,털게니 전문식당이 많지만 단내가 강한 꽃게만한 게 없다.

산란기를 맞은 암 꽃게는 살이 영글고 맛도 고소해 5월 가족 외식메뉴로 첫 손가락에 꼽는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30분 거리인 김포와 강화도는 꽃게 산지로 소문나 있어 이맘 때면 포구에 자리잡은 크고 작은 수산시장마다 손님들로 붐빈다.

불행히도 올해는 꽃게 수확량이 예년보다 적다지만 그래도 맛은 변함이 없다.

전등사로 유명한 강화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다.

사실 섬이라 하지만 너무 가깝고 육지와 다리로 연결돼 있어,9살배기 딸아이가 섬을 본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따라나섰지만 꽤나 실망하는 눈치다.

그래도 순무와 밴댕이 말고도 맛난 특산물이 많고,여러 사찰과 낙조가 아름다운 바다,그리고 섬들이 반겨준다.

멀리 석모도가 보이는 외포항 근처 황청포구는 포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작다.

갯벌이 펼쳐져 있어 아이들이 들어가 놀기에는 부적합하지만,붐비는 대형 포구와는 달리 한적한 운치가 있기에 낭만이 묻어 난다.


눈앞에 작은 섬들과 함께 마치 큰 호수처럼 잔잔한 바닷물결에 낙조가 붉게 드리우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이 풍광을 반찬 삼아 식사를 한다면 밥맛은 저절로 꿀맛이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황청포구에는 몇몇 식당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 가운데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한 수석횟집((032)933-9686)은 꽃게찜과 탕,밴댕이회,그리고 가을철에는 왕새우 소금구이가 별미다.

물론 농어 광어 숭어 같은 활어회도 메뉴에 올라 있긴 하지만 5월이니 서슴없이 꽃게찜부터 찾게 된다.

서울에서도 미나리와 콩나물을 잔뜩 넣고 매콤하게 찐 꽃게찜을 내는 식당들이 많다.

하지만 이곳처럼 갓 잡은 싱싱한 게를 양념 없이 쪄내는 요리법이야말로 가장 영양 손실이 적고 꽃게의 참맛을 느끼는 데 최적이 아닐 수 없다.

이 식당의 장점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과 여주인장의 화끈한 성격이다.

음식 맛이야 누구든 좋은 제철 재료를 정성껏 준비하면 되지만,알이 성글하게 밴 꽃게 4마리가 나오는 꽃게찜(6만원)에다 공기밥을 주문하면 짭쪼름한 참게장까지 맛볼 수 있다.

고소하면서도 알이 촘촘히 든 5~6월의 꽃게찜의 달달함이 먹기도 전에 코끝을 자극한다.

꽃게의 향미를 받쳐줄 와인이라면 소비뇽 블랑의 화이트 와인이 제격이다.

너무 진하지 않으면서 향이 풍부하고 산미가 들어 있어야 해산물,특히 달달한 꽃게찜과 궁합을 이루기 때문이다.

보르도의 '앙트르 되 메르'(Entre Deux Mers)나 루와르 지방의 '상세르(Sancerre)'도 좋고 과일 풍미가 물씬 나는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사진)도 안성맞춤이다.

손으로 먹어야 하는 꽃게찜이라 와인잔을 더럽히지만 누가 이런 곳에서 매너를 따지겠는가.

와인을 가져가기 힘들다면 달콤한 듯 쌉쌀한 과실주를 곁들여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어른 세 명도 너끈히 먹을 양인데,염치불구하고 남은 음식까지 싸달라 해도 여주인장은 인심 후하게 넣어주시니 편하기 그지 없다.

수석들이 즐비하고 통 유리창으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황청포구의 맛집.가족뿐 아니라 연인끼리도 무드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강화도는 서너 번 왔었지만 올 때마다 뭔가 하나씩은 발견하게 돼,의외의 섬이라는 생각이 든다.

섬 곳곳으로 드라이브를 즐기며 몰랐던 나만의 멋진 곳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시간이 빡빡하다 싶을 때는 이렇게 식도락가의 호사를 누려봄이 어떨까.

/글=강지영 식문화 컨설턴트 toptable22@naver.com 사진=김진화 푸드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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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강지영씨는 세계음식문화 컨설턴트로 컨설팅과 대학 강의,음식.와인 칼럼니스트로 10년째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국인 남편 앤디 새먼,딸 하나와 함께 온 가족이 전국 맛집을 찾아다니다 보니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지출할 정도랍니다.

남편 성(姓)이 연어를 뜻하는 새먼(Salmon)이어서 강지영씨 가족은 '연어 가족'으로도 불립니다.

앞으로 가족이 나들이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맛집과 그에 어울리는 와인 정보를 격주로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