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들 야후로 몰린다
'기업사냥꾼'들이 야후로 몰려들고 있다.

야후 이사진을 교체,비싼 값에 회사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겨 차익을 얻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이에 대해 야후 경영진은 이들의 이사회 교체 시도를 저지하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야후의 경영권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M&A(인수.합병) 시장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어 뉴욕 증시에 M&A 테마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억만장자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은 15일(현지시간) 야후의 로이 보스톡 회장에게 서한을 보내 "야후 이사회가 MS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 것은 비합리적 행동이었고 주주들과 MS의 신뢰를 상실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이사진 교체에 나서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아이칸은 이를 위해 자신이 포함된 새로운 이사후보 10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아이칸은 이날까지 야후 주식 5900만주(약 4.2%)를 사들였으며,연방거래위원회(FTC)에 25억달러 규모의 추가 지분 매입 승인을 요청했다.

이렇게 되면 아이칸은 총 10.8%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야후 현 경영진의 지분율은 10% 정도다.

아이칸 외에 주주행동주의자로 유명한 댄 로엡이 운용하는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도 야후 주식 100만주를 샀다고 공시했다.

댄 로엡은 특정 기업의 주식을 집중 매입한 뒤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켜 고수익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헤지펀드 매니저다.

그는 이 같은 방식으로 1996년 이후 연간 수익률 22%의 좋은 성적을 내왔다.

헤지펀드업계의 대표적 주주행동주의자인 존 폴슨이 이끌고 있는 헤지펀드 '폴슨 앤드 코'도 이날 야후 주식 5000만주(3.6%)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이칸을 지지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폴슨 앤드 코는 MS가 야후 인수에 나섰던 무렵 야후 주식 매입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MS의 야후 인수가 성사될 경우 차익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폴슨 앤드 코는 기업들의 M&A에 개입해 차익을 얻는 헤지펀드로 유명하다.

또다른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파이어브랜드 파트너스'의 공동 창업자인 스콧 갤러웨이도 야후의 상황에 뛰어들 것인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 중이다.

이들 주주행동주의자는 일제히 야후 경영진에 경영권을 MS에 넘기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로이 보스톡 야후 회장은 "제리 양 최고경영자(CEO)와 9명의 독립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는 여전히 주주가치를 최대화하는 데 최적"이라며 "이미 인수 단념을 공언한 MS에 매각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주주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사냥꾼들의 지분 확보에 맞서 야후 측이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지 초미의 관심이다.

한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 이후 자취를 감췄던 기업 M&A가 다시 재개되고 있다.

이날 방송사인 CBS가 인터넷매체인 C넷을 18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휴렛팩커드(HP)는 세계 2위 컴퓨터서비스업체인 EDS를 139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으며 통신업체인 케이블비전은 뉴욕지역 신문인 뉴스데이를 인수키로 했다.

월가에서는 기업들의 잇따른 M&A가 야후 사태와 맞물리며 한동안 뉴욕 증시에 테마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