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올해 정기인사에서도 8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

30명에 달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부사장 승진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승진자들의 면면을 보면 쇄신안 발표 이후 변화를 추구하려는 삼성그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부사장 승진자들은 모두 50대의 '실무형 전문가'로 연구.개발(R&D)과 디자인,마케팅부문에서 고르게 배출됐다.

삼성전자에서는 5명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정국현 부사장(56).삼성전자 디자인센터의 디자인전략팀장을 맡고 있는 그는 디자인 인력으로는 처음 부사장에 올랐다.

한양대 응용미술학과와 일본 지바대 공업디자인학과 석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최고의 '디자인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정 부사장은 197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글로벌마케팅실 상품전략팀을 거쳐 2003년부터 디자인전략실장을 맡았다.

삼성 관계자는 "정 부사장은 보르도 LCD TV,애니콜 등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디자인을 잇따라 선보이며 삼성의 디자인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고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의 이원식 품질보증실장(51)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991년부터 반도체총괄에서 D램과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는 'S램' 개발을 주도했다.

작년부터 품질보증실장을 맡아 해외 거래선에 공급하는 반도체의 품질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정활 국내영업사업부 애니콜영업팀장(54)은 3년간 삼성전자 휴대폰 판매량을 급격히 늘린 공로로 부사장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대표 '영업통'으로 꼽히는 그는 197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그동안 가전과 통신 부문 영업.마케팅 업무를 도맡았다.

삼성전자의 공장 인프라 발굴.관리를 책임지는 김원정 경영지원총괄 개발사업팀장(54)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사장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회장 비서실을 거쳐 2006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재직시 삼성그룹의 서초동 신(新)사옥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해외총괄에서는 오석하 서남아총괄 인도 SIEL법인장(57)이 부사장 승진대열에 합류했다.

오 부사장은 2005년부터 인도 SIEL법인장을 맡아 첸나이 TV공장을 성공적으로 가동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삼성SDI에서는 2차전지 사업부를 맡고 있는 전병복 부사장(56)이 승진의 영예를 누렸다.

그는 2005년 5월부터 전지사업부를 맡아 삼성SDI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냈다.

2006년 6900억원이던 2차전지 사업부 매출을 작년에 920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제일기획의 정선종 신임 부사장(56)은 제일기획의 해외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글로벌본부장을 맡아 해외 매출을 크게 올린 점을 인정받았다.

제일기획 내 해외 광고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힐 정도.1994년부터 해외광고 쪽 업무를 맡아 작년 해외부문 매출을 전체의 55%로 크게 높였다.

삼성에버랜드의 조창행 신임 부사장(54)은 에버랜드를 세계 최고 수준의 테마파크로 업그레이드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1997년부터 에버랜드 리조트사업부에서 근무하면서 고객서비스,콘텐츠 개발 등을 주도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