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벽과 파란 창틀의 집들이 예쁜 섬 산토리니는 쪽빛 에게해에 뿌려진 그리스 2000여개 섬의 여왕 격이다.

동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해안절벽 위 마을 풍경과 비현실적인 색깔의 바다 그리고 찬란한 태양이 현기증이 일 정도로 눈부신 곳이다.

섬의 원래 이름은 '티라'. 3500년 전 거대한 화산 폭발로 스트로길리라고 불리던 하나의 섬이 다섯 개의 섬으로 갈라지면서 오늘의 초승달 모양 섬의 모습이 형성됐다.

크레타 섬의 미노아 문명보다 한참 전에 키클라데스 문명이라는 고대문화를 형성했지만 이 화산 폭발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져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의 일부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에 나오는 아틀란티스는 그리스말로 '아틀라스의 섬'이란 뜻.

■그림 속 마을 같은 피라와 이아

크루즈를 타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산토리니의 중심도시 '피라'를 만난다.

해안의 붉은 절벽 위에 하얀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절벽 아래 선착장에서 566개의 계단으로 연결된 피라는 테토코풀루 광장을 중심으로 상점 및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번화가다.

섬 북쪽 끝자락의 이아 마을은 TV 광고나 관광 사진,엽서에 자주 등장해 눈에 익은 마을이다.

투명한 지중해와 어울린 골목길의 하얀 집들이 그림을 그린 것 같이 보인다.

그 속에 있는 파란 돔지붕의 교회 모습도 인상적이다.

노천 카페에 가만히 앉아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노을 풍경이 특히 멋진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을이 질 때면 산토리니를 찾은 거의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몰려든다고 보면 된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독특한 해변과 고대유적

산토리니는 해변이 멋지기로도 손꼽힌다.

섬의 남동쪽 끝자락의 검은 모래가 색다른 페리사와 카마리 비치가 인상적이다.

훌훌 벗고 누워 선탠하는 연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그 아래 모래가 온통 붉은빛을 띤 레드 비치가 찾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다른 해변에 비해 탁 트인 맛이 없는 작은 규모의 해변이지만 붉은 절벽을 등지고 펼쳐진 바다 풍광이 한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특히 노을이 질 때면 활활 불타오르는 듯해 더 기억에 남는다.

아크로티리는 고대 티라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남아 있다.

산 꼭대기에 있어 전망이 일품이다.

트레킹을 겸해 찾으면 좋겠다.

산토리니는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섬 중앙 피르고스 지역에 와이너리가 이웃해 있다.

화산토여서 물이 쉽게 빠지는 데다 비도 많이 오지 않는 등 포도 재배 조건이 최적이란다.

2500명 회원의 와이너리 조합인 산토와인스의 시음장에서는 이곳 특산 와인을 맛보고 구입할 수도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