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최근 우주개발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우주시대의 차세대 주역이 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9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달 탐사위성 '가구야'를 쏘아 올린 것이 그 신호탄이다.
요즘 일본사회에서 뉴스의 최대 관심도 오사카 동부에 있는 '우주개발협동조합'(SOHLA)에 쏠려 있다.
2002년에 설립된 SOHLA는 우주개발 관련 산업ㆍ대학ㆍ정부기관이 모여 있는 조합으로,오사카 동부지역의 11개 중소기업이 다목적 소형위성 개발ㆍ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개발기구(JAXA)는 올 여름 온실가스 효과 관측 기술위성 발사 때 SOHLA에서 만든 소형위성 '솔라-1'을 함께 쏘아 올릴 예정이다.
'솔라-1'은 크기 50㎝에 무게 50㎏인 소형위성으로,우주에서 번개구름의 발생을 관측하는 게 주된 임무다.
'솔라-1'이 주목받는 것은 동네공장으로 불릴 정도의 영세기업 기술 장인들이 연대해 개발한 위성이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개발비용 수백억 원에 소요기간만도 최소 5년 이상 걸린다는 위성개발에 자금도,기술력도 부족한 중소기업이 참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SOHLA가 만들어진 것은 2002년 12월. 일본 경제의 거품 붕괴로 오사카에 밀집해 있는 중소기업들이 불황에 빠져들면서 기술자들이 떠나가자 '어려울 때일수록 꿈을 가져야 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캐치프레이즈는 '칫솔에서 로켓개발까지'. 기술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 재산이라는 것을 입증해,불황에 허덕이는 오사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를 잃은 일본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시도였다.
오사카는 예부터 일본 중소기업의 거점으로 불리던 곳이다.
공장집적도는 일본 최고로,독특한 제품을 생산하는 이른바 '온리 원(Only One)' 기업들이 몰려 있다.
SOHLA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11사의 면면도 쟁쟁하다.
종업원은 10~10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기술력만큼은 일본 최고를 자랑한다.
종업원 30여 명에 불과한 ㈜아오키는 항공기 기체부품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금형업체로,미 보잉사에 납품할 정도의 실력자다.
또 다른 참여업체인 신카이제작소는 미세정밀가공 분야에서,㈜닛신은 마이크로파 발생기기와 플라즈마 발생기기,㈜다이니치전기는 전기통신기기 설계제작 분야에서 각각 일본 최고를 자랑한다.
'첨단기술=일본'이라는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다.
이들은 모두 '모노즈쿠리' 정신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에 요구되는 기술의 사전분석과 적절하고 계획성이 겸비된 R&D 투자에 심혈을 기울인다.
모노즈쿠리란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라는 뜻을 지닌 일본말이다.
일본 제조 기업을 방문하면 하나같이 강조하는 말이 이 '모노즈쿠리 정신'이다.
이를 위해 일본 중소기업들은 10년 불황기에도 다른 건 다 줄여도 신기술에 대한 투자비만큼은 줄이지 않았다.
일본 중소기업들이 장기불황에도 쇠퇴하지 않고 결국 되살아난 저력도 여기서 나온다.
국내에서도 최근 일본의 모노즈쿠리 정신이 재조명받고 있다.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최근 여의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중소기업 희망전략'을 발표하면서 '한국형 모노즈쿠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100여 개 중소기업을 한국형 모노즈쿠리 업체로 선정해 연구개발(R&D),금융ㆍ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와 관련,중기청은 다음 달 17일 처음으로 한ㆍ일 중소기업청장이 만나는 '중소기업 정책 대화'를 개최할 예정이다.
홍 청장은 "중소기업의 전략적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올 하반기 중 주조,단조,금형 등 제조 관련 15개 업종에서 대상기업들을 뽑을 것"이라며 "다음 달 일본을 방문하면서 모노즈쿠리 업체를 찾아가 국내에서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경영'은 기업들의 영원한 화두다.
기술은 단기간의 축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성숙단계에 진입하면 전후방산업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술개발 및 상용화의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 중소기업이 '무형의 부가가치상품'인 기술력을 더욱 배양하기 위해 모노즈쿠리 정신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