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활기차다.

미국 신용위기가 진정되면서 증시로 많은 자금이 몰려 주가가 2000포인트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실 한국증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이후 지나치게 푸대접을 받아왔다.

피해가 훨씬 큰 미국보다도 주가가 더 떨어졌을 정도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지난 3월 이후 코스피가 20% 가까이 급반등한 것은 오히려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 세계시장 영향력이 큰 글로벌기업들이 없었다면 증시의 '제 자리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주가가 아무리 싸더라도 주식을 살 만한 기업들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IT(정보기술)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원유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값 급등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는 속에서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좋은 실적을 내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코스피가 다시 2000선에 올라서고 그 이후로도 더 오를 것인지 여부는 우리 기업들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주가가 2000포인트가 되면 주가수익비율(PER) 등으로 따져볼 때 일본 유럽 등에 비해 결코 싸지 않은 수준이 된다.

그동안 한국 증시의 가장 큰 메리트로 꼽혔던 저평가란 요인이 소멸되면 당장 외국인은 과거처럼 대거 시장에 들어와 주가를 살리는 '구원투수'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오히려 현물.선물을 연계한 복잡한 매매 등을 통해 차익을 얻는 데 더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이 대규모 대차거래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를 예고하는 것이란 관측도 있다.

주식을 빌려 판 뒤에 시장에서 해당 주식을 다시 사서 갚는 대차거래는 주가 하락을 전제로 하는 매매방식이다.

이런 거래가 늘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게 마련이어서 정보가 취약한 일반투자자들로선 시장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저평가에서 벗어나고 외국인도 도우미가 되지 못하게 되면 앞으로 주가는 유력기업들이 끌고 갈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처럼 개별 글로벌기업의 실적에 따라 시장 전체가 오르락내리락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그런 만큼 국내 증시가 주가 2000 시대에 안착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정부와 유관기관들이 기업과 시장에 해를 끼쳐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여 나가야 한다.

월가 등 해외 유력기관들도 한국증시 투자와 관련,기업친화(비즈니스 프렌들리) 원칙을 표방한 정부가 어떤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래의 성장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기업투자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기업의 현재 실적이란 과거 투자분의 결과물인데 최근 10년간 이렇다 할 신규 투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지금은 좋지만,그동안 투자가 부진했던 만큼 앞으로의 실적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희수 증권부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