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오락가락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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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지원은 언제라도 조건없이 할 수 있지만 북한의 요청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통일부 당국자)
"북한 식량 지원을 위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계획입니다."(외교통상부 당국자)
요즘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과 관련,정부의 입장을 듣다보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아침에 통일부에서는 '북한의 요청이 없으면 인도적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발표하면 오후에 외교부에서는 고위당국자가 나서 '북한 식량 지원을 위해 북한과 접촉을 하겠다'고 발표한다.
분명 뉘앙스에 차이가 난다.
한쪽에서는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기 위해 어떤 접촉이나 시도도 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정책적 검토 단계'라고 하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옥수수 5만t을 긴급 지원하겠다'고도 말한다.
대 북한 정책의 주무 부서인 통일부와 외교부가 동일 사안을 놓고 다른 얘기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일부와 외교부의 통합을 논의했던 때부터 예견됐던 주도권 다툼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심지어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지원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대북 외교적 목표와 실현 수단을 정해 놓고 착착 진행하는 주변국들의 움직임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것이 우리가 식량 지원을 할지 말지 북한이 모르게끔 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면 좋으련만 실상은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더욱이 우리 정부의 이런 갈팡질팡 하는 입장은 북한이 최근 "남측에서 식량을 준다면 안 받을 이유야 없지만,절대 먼저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더 우습게 됐다.
북한은 아예 요청도 안 하겠다는데 우리끼리 어떻게든 줄 명분을 찾으려 고심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러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에 대한 50만t의 식량 지원을 전격 결정, 우리 정부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하는 만큼 대응하겠다'는 상호주의 원칙을 우선시하려니 북한과의 대화 창구가 막혀버리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앞세우려니 정부의 원칙이 훼손되는 꼴이다.
진퇴양난.
이명박 정부의 초기 대북 정책이 벌써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임원기 정치부 기자 wonkis@hankyung.com
"북한 식량 지원을 위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계획입니다."(외교통상부 당국자)
요즘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과 관련,정부의 입장을 듣다보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아침에 통일부에서는 '북한의 요청이 없으면 인도적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발표하면 오후에 외교부에서는 고위당국자가 나서 '북한 식량 지원을 위해 북한과 접촉을 하겠다'고 발표한다.
분명 뉘앙스에 차이가 난다.
한쪽에서는 '북한에 식량지원을 하기 위해 어떤 접촉이나 시도도 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정책적 검토 단계'라고 하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옥수수 5만t을 긴급 지원하겠다'고도 말한다.
대 북한 정책의 주무 부서인 통일부와 외교부가 동일 사안을 놓고 다른 얘기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일부와 외교부의 통합을 논의했던 때부터 예견됐던 주도권 다툼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심지어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지원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대북 외교적 목표와 실현 수단을 정해 놓고 착착 진행하는 주변국들의 움직임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것이 우리가 식량 지원을 할지 말지 북한이 모르게끔 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면 좋으련만 실상은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더욱이 우리 정부의 이런 갈팡질팡 하는 입장은 북한이 최근 "남측에서 식량을 준다면 안 받을 이유야 없지만,절대 먼저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더 우습게 됐다.
북한은 아예 요청도 안 하겠다는데 우리끼리 어떻게든 줄 명분을 찾으려 고심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러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에 대한 50만t의 식량 지원을 전격 결정, 우리 정부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하는 만큼 대응하겠다'는 상호주의 원칙을 우선시하려니 북한과의 대화 창구가 막혀버리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앞세우려니 정부의 원칙이 훼손되는 꼴이다.
진퇴양난.
이명박 정부의 초기 대북 정책이 벌써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임원기 정치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