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서 당황스런 일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

하객들의 호응이 적다고 신랑을 두 번 입장시키는가 하면,'사랑한다'는 소리를 반복해서 크게 지르도록 한다.

심한 경우는 신랑 신부에게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강요해 눈살을 찌뿌리게도 한다.

유쾌하면서도 엄숙해야 할 식장은 금방 삼류 개그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도 이것은 식장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어서 좀 나은 편이다.

체면상 또는 비즈니스상 어쩔 수 없이 참석한 사람들은 축의금을 접수한 뒤,곧바로 식당부터 찾는다.

좌석은 텅텅 비었는데도 눈도장을 찍었으니 식사부터 하자는 식이다.

이런 사람들이 결혼식 꼴불견 1위로 꼽혔다.

결혼정보회사인 올리브메이트의 설문조사 결과다.

어느새 우리의 결혼식은 너무나 타산적이고 형식적인 행사로 변질됐다.

결혼당사자들과 자신과의 사회네트워크상 좌표를 그려놓고 축의금의 액수를 따지고 참석 여부를 결정한다.

가장 민감한 이해타산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런 결혼식을 두고 네티즌들은 결혼식은 더 이상 축제가 아닌 '미친 짓'이라고 하는가 보다.

결혼식은 주인공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축복을 빌어주는 행사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무차별로 청첩장을 뿌리고,마치 곗날에 곗돈 받듯 그 곳에 은행계좌번호까지 적어놓는 일은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흔히 결혼은 작은 이야기들이 계속되는 당사자들간의 긴긴 대화라고 한다.

수필가 피천득은 "고답(高踏)할 것도 심오할 것도 없는 그런 대화…"라고 했다.

시인 박두진은 "결혼은 깊은 안정과 조화속에서 이루어지는 무한한 변화,청신하고 생명적인 애정의 창조형태일 수 있다"고 결혼의 참뜻을 깨우쳐 주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결혼은 최고 아니면 최악''결혼은 천국 아니면 지옥'이라고 한다.

유대인들은 '결혼을 하려거든 시간여유를 가지라'고 말한다.

이처럼 힘든 결혼생활은 결혼식이 진지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