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니켈 생산 계약을 따낸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4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수도 안타나나리보에 도착한 뒤 다시 1시간을 더 날아가 항구도시 토아마시나에 도착했다.

공항에 대기 중이던 지프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따라 30분가량을 달렸다.

이윽고 차량은 길이라곤 없을 것 같은 거대한 나무숲으로 진입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만한 울퉁불퉁한 숲길을 달리는 동안 현지인 운전기사는 "이곳은 일반차량은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프를 이용해야만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숲길을 빠져나오자 198만㎡(약 60만평) 넓이의 광활한 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암바토비 광산에서 캐낸 니켈을 제련하기 위한 플랜트 건설 현장이었다.



공사현장 중앙에는 50여m 높이의 철골 구조물이 우뚝 서 있었다.

한국 경남기업이 건설 중인 열병합 발전소다.

다국적 기업들이 포진한 이 현장에서 발전소 구조물은 '킹덤'(Kingdom)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안내를 맡은 캐나다 SNC라발린의 존 매커퍼티 현장소장은 "여러 기업들이 경쟁하는 이 곳에서 '킹덤'의 건설 진행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호평했다.



'암바토비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암바토비 광산에서 생산된 니켈을 제련하기 위한 시설을 짓는 공사다.

플랜트 부지에서 남서쪽으로 약 22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암바토비 광산에서 채굴한 니켈을 슬러리(slurry.진흙) 상태로 만들어 파이프라인 통해 이곳까지 운반한다.

플랜트 내 제련소에서 가공된 니켈이 토아마시나 항구를 통해 세계 각지로 팔려나간다.

2006년 시작된 이 공사는 2010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의 대한광업진흥공사,경남기업,대우인터내셔널,STX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27.5%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다.

니켈 채광,파이프라인 및 플랜트 건설을 합쳐 총 36억8900만달러가 투자되는 대사업이다.

이 중 한국컨소시엄은 주주사 투자분 15억8900만 달러 중 4억4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캐나다 셰리트가 지분 40%를 보유하고 일본 스미토모(27.5%),SNC라발린(5%) 등도 함께 참여했다.

암바토비 광산의 니켈 매장량은 1억2500만t.2010년 생산을 시작해 2013년부터는 단일 광산으로 세계 4위 규모인 연간 6만t의 니켈을 생산할 예정이다.

한국컨소시엄과 스미토모는 각각 3만t씩을 15년 동안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스테인리스강, 특수합금강, 건전지 등의 합금 소재로 쓰이는 니켈의 국내 소비량은 세계 5위인 연간 12만t에 이른다.



이 광산에서 국내 소비량의 4분의 1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 경제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또 한국컨소시엄은 주주사 지위를 이용,플랜트 건설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니켈 제련에 쓰일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45MW급 3기) 건설 외에도 플랜트 부지 정지공사를 맡았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암모니아 저장.분배시설 건설,전기장비 조달사업을 수주했고 STX는 석회석 저장고를 건설할 예정이다.

광진공은 산업은행과 건설완공 보증을 맡았으며 수출입은행은 주채권은행의 투자몫 21억달러 중 6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한국컨소시엄의 투자액을 합치면 10억9500만달러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는 광물자원개발 분야에 있어서 한국이 참가한 첫 대규모 사업이다.

김명철 광진공 암바토비 사업팀장은 "암바토비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과 금융공기업의 공신력 있는 보증이 합작해 탄생시킨 '한국형 자원개발의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조동창 경남기업 지사장은 "현지 인력 26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4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노무자로 일하지만 마다가스카르에는 산업이라 불릴 만한 것이 없어 자국 인력이 한국 기업에서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고마워하는 분위기다.

경제적 실속과 부수효과까지 거두고 있는 암바토비 프로젝트는 뒤늦게 아프리카 자원개발에 뛰어든 정부와 자원개발 기업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안타나나리보·토아마시나(마다가스카르)=이태훈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