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PGA투어에서 한국(계) 선수로 최경주(38)와 앤서니 김(23·이상 나이키골프)이 이름을 날린다면,일본 선수로는 누가 떠오를까.

아시아 선수로는 맨 먼저 3승을 올린 마루야마 시게키가 최근 주춤한 사이,이마다 류지(32·사진)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마다는 19일(한국시간) 조지아주 덜루스 슈가로프TPC(파72)에서 끝난 투어 AT&T클래식에서 4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73타(71·69·66·67)로 케니 페리(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이겨 투어 첫승을 기록했다.

이마다는 일본(계) 선수로는 이사오 아오키,마루야마에 이어 세 번째로 미국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골퍼가 됐다.

또 일본선수로는 마루야마가 2003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 우승한지 5년만이다.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간 지 17년 만에 우승한 그의 색다른 인생역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마다는 14세때 영어와 골프를 배우라는 부모의 권유에 따라 홀로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로 갔다.

골프아카데미에 적을 두면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다.

1995년에는 미국주니어골프 '올해의 선수'로 뽑혔고,1999년 조지아대 시절엔 미국대표로까지 선발됐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이마다는 미PGA투어도 손쉽게 생각했으나 오산이었다.

퀄리파잉토너먼트에 낙방하면서 5년 동안 내션와이드(2부)투어에서 밑바닥 생활을 해야 했다.

주위에서는 "한계가 왔다"며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마다는 외부와 접촉을 끊고 와신상담한 끝에 2005년 미PGA투어에 입성했고,마침내 3년 만에 챔피언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마다는 특히 올들어 1월 뷰익인비테이셔널(타이거 우즈 우승)과 3월 PODS챔피언십에서 2위를 하면서 우승권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마스터스챔피언 잭 존슨에게 연장전 끝에 져 우승컵을 넘겨줬지만,이번에는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마다는 쇼트게임이 출중한 선수.이번 대회 퍼트수는 라운드당 27.25개로 랭킹 1위다.

2,3라운드 36홀 동안에는 단 다섯홀에서만 그린을 미스할 정도로 아이언샷이 정확했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는 페리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나무를 맞고 연못에 빠지는 바람에 행운도 따랐지만,이날을 위해 17년을 기다려온 그의 인내력으로 볼 때 투어 다크호스 자격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이마다는 지난주까지 세계랭킹 69위였으나 이번 우승으로 랭킹 49위로 뛰어올랐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