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아직도 회계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전 세계 55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2007년 세계경쟁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감사와 회계 관행은 최하위에 가까운 51위를 기록했다.

또 기업 이사회의 경영자에 대한 감시 기능 평가는 54위를 나타냈다.

회계 투명성에서 거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받은 셈이다.




우리나라 회계정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회계 투명성이 낮은 국내 기업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다고 인식,자금을 빌려줄 때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등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갈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선 회계 정보에 대한 불신은 제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회사 매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한국회계학회는 투명회계기업을 선정,대상을 주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 투명회계대상은 모범기업 사례를 통해 다른 기업들에도 경영 의사결정에서 투명한 회계 지침을 알리고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게 취지다.

올해 대상은 SK텔레콤(대기업부문)과 STX(중견기업부문) 경남스틸(코스닥 상장기업부문)이 차지했다.

SK텔레콤은 이사회 산하 4개 위원회 중 하나를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감사위원회로 운영하고 있어 주목을 끌었다.

감사위원회와 이사회 사무국,재무그룹 등이 겹겹이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물론 미국의 회계 관련 법인 '사베인스-옥슬리법'에 따라 내부 회계관리제도와 관련 통제활동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를 감시하고 있다.

㈜STX는 2009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비해 계열사 회계시스템을 통합했으며 이사회에 다수의 사외이사를 투입하는 등 투명한 회계처리에 앞장서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경남스틸은 투명회계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하나라는 믿음 아래 직원들에게 재무상태를 공개하고 있다.

사내 전산망을 통해 회사 경영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회계투명대상 수상자들은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기업들이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사업자 중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STX는 최근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경남스틸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꾸준히 현금배당을 하며 주주중시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결국 투명경영은 어길시 당장 감수해야 할 법적 불이익을 넘어서 기업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 생존의 기본적인 요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투명성이 높다고 당장 이익을 얻기는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투명경영을 통해 구축한 건실한 기업이미지가 상품 판매 등에도 결정적인 변수가 될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만우 한국회계학회장은 "회계는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는 경제 언어"라며 "회계투명성이 담보돼야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통한 경제 발전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IFRS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경제 선진화를 위해 보다 높은 수준의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