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적대적 M&A(인수ㆍ합병) 방어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자문기구인 대일투자전문가회의 시마다 하루오 의장(지바 상과대학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소 의외의 발언을 쏟아냈다.

"외국자본에 의한 일본 기업의 매수를 억제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외국자본 규제도 근거를 명확히 하고,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펀드 등의 일본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에 완강한 정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권고다.

일본 정부는 선진국 중 어느 나라보다도 외국자본의 자국 기업 인수에 부정적이다.

최근 영국계 펀드가 에너지회사인 J파워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때 '공공성이 강한 에너지 기업을 외국인 손에 넘길 수 없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던 게 일본 경제산업성이다.

미국계 펀드인 스틸파트너스의 M&A 표적이 됐던 돈가스 소스업체 불독소스가 포이즌필(독약조항)을 동원해 경영권 방어에 나섰을 땐 법원까지 나서 불독소스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일본은 M&A 철옹성"이란 비아냥을 들을 정도다.

지난주엔 캘퍼스(캘리포니아주 직원퇴직연금) 등 미국과 유럽의 기관투자가 6곳으로부터 "M&A 규제를 풀어달라"는 항의 서한까지 받았다.

이런 와중에 자문기구에서조차 '쓴소리'가 나온 것이다.

지나친 기업 경영권 보호로 일본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2006년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대비 외국인 직접투자액 잔액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M&A 규제와 외국인 직접투자는 반비례한다는 게 정설이다.

M&A 규제가 많을수록 외국자본은 그 나라 투자에 매력을 잃는다.

그렇다고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적대적 M&A를 무한대로 허용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랬다간 에너지나 통신 방위산업 등 기간산업분야 핵심기업조차 투기를 노리는 국적 불분명의 외국인 손에 넘어가기 십상이다.

일본은 지금 M&A 규제와 외국인투자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포이즌필'을 도입하려는 한국도 미리 숙고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