濠 광산업체 85%안팎 인상요구에 포스코 "답답하다"

포스코의 철광석 도입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철광석값 석달째 줄다리기 '긴장 모드'
발목을 잡은 건 BHP빌리톤과 리오틴토 등 호주 광산업체.포스코가 수용하기 어려운 가격 인상폭을 내걸고 장기전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연초에 타결됐어야 할 협상은 5월이 다 지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설립 이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철광석 도입 가격을 호주의 요구수준에 맞추면 포스코의 원가 부담이 예상보다 대폭 커지게 된다.

최근 들어 철강업계에서 '포스코의 추가 가격인상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BHP빌리톤 등 배짱…협상 지연

포스코 관계자는 19일 "호주 광산업체와의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언제 끝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포스코는 매년 초에 광산업체와 철광석 가격협상을 마무리해 왔다.

4월부터 새로운 계약기간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해 늦어도 2월까지는 합의된 가격을 도출했다.

올해 협상은 예년에 비해 3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각국 광산업체와의 협상방식도 일정했다.

메이저 광산업체 가운데 한 곳과 협상을 타결하면 그 내용을 그대로 다른 업체들이 수용했다.

그러나 올 들어 이런 관행이 모두 깨져 버렸다.

우선 협상 스케줄이 뒤엉켰다.

지난 2월 브라질 광산업체인 발레(옛 CVRD)와는 합의했지만 뒤이어 계약을 체결해야 할 호주의 BHP빌리톤과 리오틴토는 아직 뒷짐을 지고 있다.

동일한 가격 인상률을 적용하던 관행도 무너졌다.

현재 호주의 두 광산업체는 브라질 발레와 포스코가 협상한 인상률(전년 대비 65%)보다 20%포인트가량 높은 가격을 요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中 "호주 철광석 보이콧" 반발

호주 광산업체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인상 이유는 '해운 운임의 차이'다.

브라질에 비해 운송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철광석 가격을 높여달라는 논리다.

벌크선 운임을 기준으로 할 때 브라질과 호주간 운임 차이는 t당 50달러가량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해상 운임의 차이를 철광석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세계적인 원자재 대란에 편승해 가격을 높여 받자는 게 호주측의 실질적인 이유라는 설명이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호주 광산업체인 리오틴토는 줄기차게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맞선 중국철강업체연합(CISA)은 '호주산 철광석을 보이콧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호주 업체들은 물밑으로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달 초 호주 언론은 "중국 철강업체인 바오산강철이 호주 광산업체와 85%의 인상률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이를 인용했지만 오보로 드러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호주 업체들이 언론을 이용해 우회적으로 철강업체들을 압박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철강제품 값 인상으로 이어지나

포스코가 1년 동안 소비하는 철광석은 약 4300만t으로 이 가운데 호주로부터 들여오는 철광석이 70%(약 3000만t)에 달한다.

작년 철광석 도입가격은 t당 48달러.호주의 요구대로 85%를 올리면 올해 도입단가는 t 당 90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브라질 발레와 약속한 가격(t당 79달러)보다 10달러가량 높다.

주요 광산업체와 동일한 가격에 협상했던 예년에 비해 3억달러(3000만t×10달러)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게다가 오른 철광석 가격은 지난 4월분부터 소급 적용된다.

"호주 업체에만 높은 가격을 쳐줄 수는 없다"는 게 포스코 입장이지만 주변 상황은 크게 우호적이지 않다.

원자재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최근엔 중국의 지진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철광석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올 들어 철강제품 가격을 두 번 올린 포스코가 또 한 차례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다 갈수록 벌어지는 국내외 철강제품 가격차 등을 감안할 때 포스코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포스코가 어느 정도까지 원가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