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당을 가리지 않고 원서를 내고 있다.

공고가 뜨는 대로 원서부터 넣다보니 어느 당선자에게 지원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있다."

18대 총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했다 낙선한 통합민주당 초선의원의 정책비서관을 지냈던 A씨는 요즘 속이 탄다.

보좌진으로 일하고 싶지만 민주당의 의석 수가 136석에서 81석으로 대폭 줄어들면서 갈 자리가 마땅치 않다.

선거 직후만 해도 '어디든 갈 수 있지 않겠나'고 생각했지만 17대 국회 종료를 불과 열흘 남짓 남은 19일까지 A씨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의원 한 명이 둘 수 있는 보좌진의 숫자는 6명.

민주당 17대 의원 136명 중 생존자가 52명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최대 500여명이 오는 29일 17대 국회 종료와 함께 실직에 내몰리게 되는 셈이다.

새 당선자 29명의 일부 비서관 자리가 있지만 바늘구멍이다.

실제 며칠 전 한 당선자의 보좌진 모집공고에 400여장의 지원서가 몰린 게 이를 방증한다.

모 한나라당 당선자는 "지난주부터 '내 보좌진을 써 줄 수 없느냐'고 문의하는 민주당 낙선 의원들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직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민주당의 유급 당직자는 현재 260여명이지만 의석 수 감소에 따른 정당 보조금 삭감 등으로 인해 100여명이 당을 떠나야 할 처지다.

이번 주에 '정리해고 대상'이 정해질거라는 이야기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