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퇴출 인원 '3분의 1 관행' 깨고 20명 불과

이번주 보직인사 … 2009년 초 대폭 물갈이 예상

삼성그룹이 매년 임원 승진 인사와 함께 실시하는 퇴출 임원 인사를 올해는 최소화했다.

매년 100∼150명에 달했던 퇴출 임원이 올해는 20명도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퇴출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보직 숫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방출되는 임원 숫자가 크게 줄어듦에 따라 향후 삼성그룹 각 계열사 임원들의 무한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당장 이번 주 중 있을 보직 인사가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퇴출.전환배치 최소화

삼성그룹은 매년 전체 임원 승진자의 3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임원을 방출해 왔다.

400명의 임원을 승진시키면 기존 임원 중 100∼150명을 내보내는 식이다.

방출되는 임원들은 대부분 1∼3년짜리 계약직 자문역으로 발령난다.

총 472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낸 작년에는 200명가량의 임원들이 자문역으로 현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올해 퇴출 임원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올해 총 승진 임원은 223명이지만 각 계열사에서 자문역으로 발령난 임원은 20명도 안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계열사별로는 삼성코닝정밀유리,호텔신라,호암재단,복지재단 등에서 자문역 발령을 냈다.

177명의 승진자를 배출한 삼성전자가 단 한 명의 자문역 발령도 내지 않은 것을 비롯,대부분 계열사들이 기존 임원을 유임시켰다.

매년 20여명에 달했던 계열사 간 임원 전환배치도 올해는 거의 없었다.

강병직 호텔신라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겼고 호텔신라 상무급 인사가 삼성물산으로,이길한 삼성물산 러시아지점장(상무보)이 호텔신라로 각각 이동했을 뿐이다.

그룹 관계자는 "임원 퇴출과 전환배치를 최소화한 것은 계열사별로 조직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직인사에 관심 집중

퇴출 임원이 생각보다 줄어들면서 이번 주 중 있을 계열사별 보직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직 숫자가 한정된 상황에서 옷 벗는 임원이 거의 없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

예컨대 퇴출 임원이 한 명도 없는 삼성전자는 인사 원칙상 기존 임원 700여명을 포함해 이번에 신규 승진한 79명의 임원을 앉힐 보직을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보직 숫자를 무작정 늘리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르면 내달 초 그룹 전략기획실 임원들이 원 소속사로 복귀한다.

부사장급을 포함해 전략기획실 임원은 약 50명.대부분 삼성전자 소속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계열사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마땅한 보직을 받지 못하는 임원들도 속출할 전망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임원들 중 상당수가 1년짜리 안식년을 통보받거나 해외 연수 발령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인사원칙상 옷을 벗지 않는 임원들에게 보직을 안줄 수는 없다"면서도 "퇴출 임원이 줄어든 만큼 계열사별로 기존 보직을 쪼개거나 핵심 보직이 아닌 연구위원직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이번에 퇴출 없는 임원 인사를 실시한 것은 앞으로 6개월간 실적 달성 여부를 따져 내년 초 정기인사 때 대대적인 물갈이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정기인사까지 남은 6개월이 삼성 임원들에게는 실적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