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공동사업을 발굴해 상호신뢰와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4월 발족된 노사발전재단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단은 겉으로 노사상생을 명분으로 내걸고 노사공동 직업훈련,노사공동파트너십 지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지만 노동부 노동교육원 등 기존 기관과 업무가 중복돼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재단이 노사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전국 10여곳에 설치한 지역노사발전협의회는 지역 노.사.정 관계자 몇 명을 동원해 출범식 행사만 가졌을 뿐 실질적인 업무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효율성과 거리가 먼 조직


재단은 독자적인 업무를 개발하지 못하고 노동부나 노동부 산하기관이 수행하던 일부 업무를 가져오거나 이들 기관과 중복되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에서 벌이는 사업 중 직업훈련,고용보험기금관리,노사안정사업 등 갖가지 업무를 노사발전재단으로 넘기라고 주장해 이 중 업무 집중도가 낮은 일부 사업을 이관받았다.

재단의 대표적 사업인 지역노사발전협의회는 노사공동사업을 통해 파트너십을 형성하자는 취지로 지역별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잘못 태어난 '애물단지'라는 지적이 많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개별기업의 노사안정사업에 지원된 예산 23억원 중 9억원이 이름만 있는 지역노사발전협의회의 설립 및 운영 명목에 쓰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일용직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노사공동훈련지원사업도 주먹구구식이긴 마찬가지다.

훈련의 성격,규모를 따져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노동부가 하던 업무를 대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훈련실적에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예산을 차등 배정하는 등 철저히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노사발전재단은 독자적 업무를 개발하지 못하고 기존 지역노사정위원회 등과 업무가 중첩되는 지역노사발전협의회를 만드는 등 문제가 많다"며 "앞으로 조직 정비를 통해 많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도 "노사발전재단의 필요성에 의문이 많이 든다"며 "재단이 앞으로 업무를 늘려나갈 경우 상당한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적 결탁에 의한 산물


재단은 노사 공동설립이란 모양새를 띠었지만 실제로는 이용득 전 한국노총위원장이 밀어붙여 만든 작품이다.

노동부는 당초 재단의 무용론을 제기했지만 한국노총이 청와대와 정치권 등을 집요하게 공략,결국 정치적 결탁에 의해 재단이 탄생하게 됐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친노(親勞) 성향을 보였던 당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노동부 내부의 반대여론을 잠재우며 재단설립에 큰 기여를 했다.

노동부의 부실한 기금 운용도 재단설립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 을숙도교향악단의 고용보험 부당수급사건이 발생하는 등 정부의 고용보험 기금운용에 문제점이 드러나자 한국노총이 그 틈을 타 기금운영권을 달라고 노동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노동부가 기금운영 이관에 난색을 표시하자 재단은 노사가 조성한 기금인 만큼 노사공익단체인 재단이 가져다 쓸 명분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며 고용보험기금에서 3000억원을 재단에 출연해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결국 한국노총의 공격을 받은 노동부는 노사공동훈련 선정사업과 노사파트너십재정지원 선정사업 등을 재단에 넘겼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