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어제 청와대 회동은 결국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한 이견만 드러낸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사실상 17대 국회의 한.미FTA 비준(批准)은 물건너 간 셈이다.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한.미FTA 국회 비준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온 쇠고기 문제가 실질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어제 발표된 한.미간 추가협의 결과는 광우병 발생시 우리 측의 검역주권 행사를 명문화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부위를 수입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수입위생조건의 일부를 개정키로 한 내용이다.

냉정히 생각하면 이만한 결과물을 얻어낸 것 자체가 재협상과 다름없는 성과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검역주권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줄곧 주장해온 검역주권의 해결책이 마련됐다면, 한.미FTA 비준을 거부할 명분은 사실 없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FTA 비준을 외면하는 것은 국익은 도외시한 채 쇠고기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야당이 요구하는 재협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미FTA는 처음부터 국익(國益)을 위해 추진되고 결정됐던 일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국회가 바뀌더라도 흔들릴 수 없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이번 임시국회는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마당에 쇠고기 문제를 걸고 나와 FTA 비준을 미루는 것은 앞뒤가 한참 바뀐 것이다.

더 이상 FTA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17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가 이제 며칠 안남았지만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여야가 대타협을 통해 한.미FTA 비준동의안만이라도 우선 처리하는 것이 책임있는 국회의 자세다.

어제 손학규 대표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야당이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려면 한.미FTA 문제부터 처리하는 게 성숙한 야당의 모습을 보이는 첫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