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세상이다.

누구나 사랑받고 편안하게 살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늘 실망스럽다.

가정은 금 간 유리창같기 일쑤고, 정치는 좌절과 혐오만 안기고, 과학은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위협만 더한다.

그러니 어쩌랴.

불안과 부조리를 감수하고 때론 적과도 공존해야 하는 게 인간의 숙명인 것을.

문제는 이런 불안과 부조리가 줄어들 기미 없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소비문제 연구가 다비트 보스하르트는 따라서 현대인은 소비를 통해 정체성과 소속감, 대안을 찾고자 한다고 말한다.

상품을 통해 스스로 자신을 이해하고 걱정을 덜고 불안감을 해소시키려 든다는 얘기다.

최근 3G 휴대폰 서비스 광고가 주목을 끄는 것도 이런 욕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영상통화와 인터넷 서비스를 강조하는 건데 한쪽에선 젖먹이 아기가 무심해진 엄마의 관심을 되찾겠다며 벌떡 일어나 무한도전을 외치고(쇼), 다른 한쪽에선 "…하면 되고"라는 소위 '되고 송'을 통해 마음먹은 대로 된다고 강조한다(T라이브).

'되고 송'의 경우 톱스타 장동건이 나와 "결혼 말 나오면 웃으면 되고,잔주름 늘면 작게 웃으면 되고…"하더니 이번엔 커피 심부름을 나온 직원이 등장,"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못참겠으면 그만두면 되고,견디다 보면 또 월급날 되고…"라며 쉬다 부장이 전화하자 잽싸게 달려간다.

어느 쪽이나 핵심은 공감과 웃음이다.

모델에 상관없이 나와 비슷한 일상,같은 고민에 시달린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나만 고단한 게 아니구나" 싶어 풀 죽고 까칠해졌던 마음을 풀고 현실과 맞설 용기를 내게 만든다.

참신한 발상으로 정보도 전달하고 설득력도 얻은 셈이다.

독창적 발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세심한 관찰력에서 비롯된다.

쇼와 T라이브 광고의 성공 역시 평범한 삶에 대한 애정이 빚은 결과임에 틀림없다.

또 하나,'전지현보다 여자친구가 좋은 이유는 만질 수 있어서'처럼 성(性)을 매개로 하지 않는 것도 두 광고가 유쾌한 이유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